속도보다 중요한 리듬

by 오동근

다들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나만 제자리인 것 같다는 생각 드신적 있나요? 저 역시 요즘 들어 이런 생각을 하고 간혹 하는데, 꾸준히 무언가는 하고 있는데 결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인 듯합니다. 다시 말하면 주변은 바쁘게 돌아가는데 나만 정체되어 있는 듯하고 모두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나 혼자 느리게 가고 있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생깁니다.


아이들을 재운 후 조용한 밤에 스스로 질문을 해봤습니다. "나는 지금 느린 걸까,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은 맞는 걸까?, 방향만 맞으면 언젠가는 성공하겠지만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이때 문득 "리듬", "흐름"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속도, 방향도 중요하지만 하루하루 노력해 가는 리듬을 잘 활용한다면 더 효육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문득 들더군요.


그때부터 저는 ‘리듬’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저 자신이 놓치고 있던 것이 바로 이 리듬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껏 저는 무조건 빠르게, 더 많이, 더 빨리 뭔가를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일도, 인간관계도, 자기 계발도 모두 속도로만 판단했습니다. 누가 더 빨리 성장하느냐 누가 더 빨리 성과를 내느냐에만 집중하며 살아왔지만 그 속도가 과연 나에게 맞는 속도였는지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던 것입니다.


한때는 저도 남들보다 빨리 뭔가를 이뤄내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살았습니다. 업무도 누구보다 빨리 처리하려고 했고 자기 계발서도 일주일에 한 권씩 읽겠다고 다짐하며 무리한 목표를 세우곤 했습니다. 그때는 그렇게 속도를 올리면 내가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열심히 달릴수록 점점 지치고 허무함이 커졌습니다. 열심히는 했지만 마음은 늘 텅 빈 느낌이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저는 제 인생의 리듬을 완전히 무시하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자전거 페달을 너무 빨리 밟으면 중심을 잃고 넘어진다는 단순한 진리를 모르고 있었던 것이죠. 무조건 빠르게 달리는 게 중요한 줄만 알았지 그게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입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자랐습니다. 365일 매일을 불태우듯 살아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지만 자연의 이치를 떠올려보면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금세 알 수 있습니다. 지구도 자전과 공전을 하며 쉼과 순환을 반복하고 계절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리듬을 따라 흐릅니다. 사람의 감정도, 체력도, 인생의 운도 마찬가지입니다. 늘 같은 속도로 같은 에너지로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때로는 멈춰야 하고 때로는 속도를 줄여야 하며 때로는 오히려 속도를 높여야 할 때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 흐름을 알고 인식하는 일입니다. 지금 내가 느린 것이 아니라 단지 내 리듬이 그러한 것이라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고 받아들이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우리는 삶을 조금 더 유연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이런 깨달음은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예전처럼 무리하게 책을 많이 읽는 대신 몰입할 수 있는 시간에 집중하여 한 챕터만 깊이 있게 읽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이 하는 것’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고 결과적으로는 성과도 더 좋아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이전보다 훨씬 덜 지치게 되었습니다.


요즘 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흐름을 타는 능력’입니다. 마치 서핑을 할 때 큰 파도가 올 때는 과감히 타고 잔잔할 땐 기다리는 것처럼 삶도 흐름을 읽고 움직여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승마를 배워보면 말과 리듬이 잘 맞을 때는 힘을 들이지 않아도 부드럽게 달릴 수 있지만 리듬이 맞지 않으면 계속 흔들리며 금세 지치게 됩니다. 삶도 똑같습니다. 일이 잘 풀릴 때는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에너지가 떨어질 땐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조건 달리는 것보다 중요한 건 그 흐름을 감지하고 거기에 맞춰 나를 조율하는 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느린 속도’를 실패나 게으름으로 오해할 수 있어요. 특히 요즘처럼 SNS를 통해 타인의 성공과 속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대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누군가는 이십 대에 창업을 해 성공하고 누군가는 삼십 대에 억대 연봉을 받는다는 자극적인 이야기들을 보면 나도 무언가 더 빨리 해야 할 것 같은 조급함이 생기지만 그것은 그 사람의 리듬일 뿐 나의 리듬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남의 속도를 억지로 따라가려 하면 오히려 나 자신의 중심을 잃게 됩니다.


그래서 진짜 중요한 건 ‘내 리듬’을 아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어느 흐름에 있는지 에너지가 올라가는 시기인지 아니면 잠시 멈춰야 할 시기인지 그것을 인식할 수 있어야 지속 가능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 나의 리듬은 어떤지 조용히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모든 것이 잘 풀리는 고조의 시기라면 감사한 마음으로 집중하시면 되고 만약 요즘 따라 유난히 지치고 조급하며 자꾸만 남과 비교하게 된다면 속도보다는 리듬을 먼저 살펴보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빨리 가는 것보다 멀리 가는 것이 중요하듯 빠르게 달리는 것보다 나의 삶의 리듬을 이해하고 그 흐름에 올라타는 것이야말로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나는 지금 내 리듬대로 가고 있다. 괜찮다.” 스스로에게 말해주세요. 이 말 한마디가 앞으로의 방향을 바꿔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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