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보다 중요한 리듬(2)

by 오동근

어제 글에 이어 리듬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나누어 보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리듬을 만들고 싶어 하지만 정작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는 막막해합니다. 아침형 인간이 되어야 하나, 무조건 5시에 일어나야 하나, 요가나 명상을 해야 하나 고민하지만 그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끝나고 나면 기분 좋은 일을 꾸준히 반복하는 것입니다. 그 단순한 기준 하나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리듬의 핵심이 됩니다.


운동, 독서, 산책, 혼자만의 여행 같은 것들이 제게는 좋은 리듬을 만들어주는 일들입니다. 여행이라고 해서 꼭 특별하거나 화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가끔은 낯선 동네의 오래된 서점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런 시간들이 저에게 주는 감정은 ‘지금 나는 나답게 잘 살고 있다’는 안정감입니다. 그 자체로 위로가 되고 에너지가 됩니다.


반대로 당장은 달콤하지만 끝나고 나면 항상 후회가 남는 일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무의미한 스마트폰 사용입니다. 저도 종종 SNS를 들여다보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 있습니다. 그 순간에는 재미있지만 끝나고 나면 허전하고 머리가 무거워집니다. 술도 마찬가지입니다. 친구들과의 술자리는 분명 즐겁지만 그게 과해지면 다음날은 온종일 기운이 빠지고 집중력이 흐트러지곤 합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반복해서 해야 할 일이 끝난 뒤 기분이 좋은 일인가를 기준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끝난 후 뿌듯하거나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은 기분이 드는 일 그게 진짜 내 삶의 리듬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루틴이라는 말에 부담을 느낍니다. 정해진 시간에 무조건 무언가를 해내야 하고 하루라도 빠지면 죄책감을 느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오히려 지치게 됩니다. 하지만 리듬이나 루틴은 그렇게 딱딱한 개념이 아닙니다. 오히려 내가 원할 때 내 삶의 속도에 맞게 반복되는 작은 일상의 한 부분일 뿐입니다.


누군가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운동을 하며 리듬을 만들고 또 다른 누군가는 밤늦게 조용히 책을 읽으며 하루를 정리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것이 끝난 후 기분이 좋은가 그리고 그걸 매일 조금씩 반복할 수 있는가입니다. 종종 ‘좋은 리듬을 가지려면 철저한 자기 관리와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좋은 리듬은 생각보다 훨씬 유연하고 인간적인 과정입니다. 완벽할 필요도 없고 매일 똑같이 지킬 필요도 없습니다. 어떤 날은 놓칠 수도 있고 흐름이 끊길 수도 있지만 ‘다시 돌아오면 돼’라는 마음가짐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리듬은 언제든 다시 타면 됩니다.


제 삶을 돌아보면 리듬이 완전히 무너졌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일이 많아지고 스트레스를 핑계 삼아 잦은 술자리와 늦은 밤 야식을 반복하면서 운동도 독서도 자연스레 멀어졌습니다. 그때는 정말 모든 것이 꼬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혼란 속에서도 저를 다시 궤도에 올려준 것은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끝나고 나면 기분 좋은 일’들이었습니다. 책 한 권을 읽고, 짧은 거리라도 산책을 하고, 아침에 일어나 한 줄 일기를 쓰는 그 소소한 반복들이 제 일상에 다시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리듬이 깨지는 순간을 맞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그 순간을 알아차리고 다시 좋은 방향으로 리듬을 맞춰나가는 힘입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아주 사소한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이걸 끝낸 후 나는 기분이 좋은가?” 지금 혹시 하루가 무겁고 이유 없는 허탈함이 자꾸 밀려온다면 오늘 딱 한 가지만 실천해 보시길 권합니다. 끝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일 하나만 하십시오. 책을 한 장 읽거나 가까운 거리를 걸어보거나 조용히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도 좋습니다. 그런 작고 좋은 리듬이 결국 삶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것입니다.


우리는 결국 그런 리듬 위에서 살아갑니다. 때로는 주춤하고 때로는 넘치기도 하면서요. 중요한 것은 내 삶을 내가 조절할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그 출발점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오늘 나의 리듬은 어떤지 끝나고 나면 기분 좋은 일을 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자신에게 조용히 물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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