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지인과 밤늦게까지 통화를 나눴습니다. 평소 자기 계발서를 거의 읽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매일 읽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는 내가 주도하는 삶을 살기 위해 책에서 답을 찾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 순간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라는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이자 ‘퍼스널 컴퓨터의 아버지’로 불리는 앨런 케이가 한 말이 떠올랐습니다.
이 말은 얼핏 들으면 멋진 문장처럼 느껴지지만 미래를 예측하려 애쓰기보다 직접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뜻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남들이 만든 흐름에 맞춰 자신을 끼워 맞추려고 애쓰지만 결국 진짜 의미 있는 삶은 그 흐름을 만드는 사람에게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날 이후로 과연 우리는 어떻게 해야 미래를 만들어가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시작은 어디서부터 가능한 것인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창의력을 마치 특별한 사람만이 가진 선천적인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술가나 혁신가들만이 창조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창의라는 것은 기본기라는 단단한 토대 위에서 피어나는 결과물입니다.
저는 블로그 글쓰기를 통해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생각나는 대로 글을 쓰고자 했지만 막상 해보니 표현력의 부족과 논리적인 한계에 자주 부딪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이해도 잘 되지 않고 재미도 없던 책들이 어느 순간부터는 제 사고방식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독서는 단순히 정보를 모으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훈련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고력’이 튼튼해져야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달라지고 제가 만들어낼 수 있는 아이디어의 깊이와 넓이도 함께 확장되었습니다.
우리가 창의적인 사람을 보며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지?” 하고 놀라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들은 보이지 않는 시간 동안 기본기를 갈고닦은 사람들입니다. 기본기 없는 창의력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마치 튼튼한 뿌리 없이 위로만 자란 나무가 쉽게 쓰러지는 것과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니까 창조적인 건 무리야”라고 말합니다. 또는 “요즘은 트렌드가 너무 빨라서 따라가기 바빠”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더더욱 ‘따라가는 사람’이 아닌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미래를 쫓기보다 내가 중심이 되는 미래를 만드는 것이 훨씬 가치 있는 일입니다.
물론, 미래는 누구에게나 불확실합니다. 아무리 예측을 해도 정확히 맞히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내가 꾸준히 쌓아온 기반이 있다면 그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도 자신 있게 걸어갈 수 있습니다.
독서에 대해 말하면 많은 분들이 “책 몇 권 읽는다고 뭐가 달라지겠어?”라고 말하지만 꾸준히 읽다 보면 어느 순간 흩어져 있던 지식의 조각들이 하나로 연결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 순간부터는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고 내가 가진 무기들이 훨씬 더 단단해진 느낌을 받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 변화가 매우 조용하게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드라마틱하지 않지만 분명히 내 안에서 무언가가 쌓이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조급해하지 않고 매일 차곡차곡 독서를 이어간다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한 단계 성장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삶에서 중요한 전환점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다만 그 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미리 준비되어 있는 사람입니다. 그 준비의 핵심은 결국 기본기를 얼마나 잘 다져왔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본기를 가장 확실하게 다질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독서입니다.
우리 모두는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늘 궁금해하고 때로는 불안해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 미래 속에서 내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준비입니다. 예측하려 애쓰기보다 지금 이 순간부터 내가 그 미래를 만들어간다는 각오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타인이 만들어 놓은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내가 기준이 되는 삶. 그 삶을 위해 오늘도 책 한 권을 펼칩니다. 느리지만 분명한 길 그 길 끝에서 우리는 결국 ‘미래를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