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저는 생각이 현실을 만든다는 말에 매료되어 있었습니다. 머릿속을 바꾸면 결국 모든 것이 나아질 것이라 믿었고 그래서 습관처럼 아침마다 긍정 확언을 외우고, 목표를 상기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어떤 날은 책에서 읽은 문장 하나에 깊은 감명을 받아 오늘은 뭔가 달라질 것 같다는 기대를 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일상은 그다지 바뀌지 않았고 여전히 같은 고민을 반복하고 있고 변화는 말뿐이었습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인식만으로는 삶을 바꾸기에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세상을 바꾸지 말고 마음을 바꿔라’고 말합니다. 세상은 나의 통제를 벗어나 있지만 내 마음은 내가 다룰 수 있다는 이 말은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실제로 감정을 조절하고 내면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선 인식이 중요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착각하기도 합니다. ‘인식만 바꾸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생각은 실천이 없는 자기 위안일 수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을 바꾸어도 실제로 행동하지 않으면 현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저는 한동안 이 오해에 빠져 있었습니다. 책 속에 길이 있다고 믿어 그 안에서 수많은 지혜를 찾아 헤맸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고도 정작 현실 속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목표는 수첩에 적어두기만 했고 해야 할 일은 내일로 미뤘습니다. 그랬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생각하는 것조차 지치기 시작했고 무언가 바꾸지 않으면 큰 일 나겠다는 생각에 단 한 가지를 실천해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책을 읽고 감동을 받은 내용이 있다면 그와 관련된 실천을 단 하나라도 하자고 결심했습니다.
자기 관리의 중요성을 말하는 책을 읽은 날에는 바로 운동을 시작했고 감사 일기의 효과를 설명한 글을 읽은 날에는 그날부터 하루 세 가지 감사한 일을 적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어색하고 억지로 느껴졌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작은 행동들이 일상의 변화를 만들어갔습니다. 스스로에게 실망할 일이 줄어들었고 하루하루가 조금씩 정돈되어 갔습니다. 행동이 곧 인식을 강화해 주는 경험이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독서를 대하는 태도도 바꾸어놓았습니다. 이전에는 책에서 감동을 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 감동을 실제 행동으로 연결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마다 나에게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그 변화는 어떤 행동으로 시작할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됩니다. 독서는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서 사고를 확장시키고 삶을 움직이게 하는 내적 에너지를 제공해 준다고 느낍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만 하다가 멈추고 맙니다. 또 어떤 이들은 행동만 하다가 지칩니다. 둘 다 쉽지 않지만 그 사이 어디쯤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식이 방향을 제시한다면 행동은 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해 줍니다. 둘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삶은 엉뚱한 방향으로 가거나 아예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인식과 행동은 대립하는 요소가 아니라 하나의 삶을 완성하기 위한 두 기둥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긍정적인 생각보다 긍정적인 실천이 더 가치 있다고 믿습니다. 아침마다 ‘잘할 수 있다’고 되뇌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작은 행동이라도 실천하는 일입니다. 독서를 통해 얻은 인식은 소중한 자산이지만 그것이 실제 삶의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결국 공허함만 남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는 책을 읽고 나면 꼭 하루 한 가지라도 실천으로 옮기려고 합니다.
인식과 행동은 함께할 때 비로소 의미가 생깁니다. 인식이 없으면 행동은 방향을 잃고 행동이 없으면 인식은 현실과 단절됩니다. 둘 사이의 균형을 찾고 그 안에서 나만의 삶의 흐름을 만들어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성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행복 또한 그 균형 위에 놓여 있음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