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연봉이 그대로야. 나 이제부터 하락 곡선인 거 아냐?”
처음엔 웃으며 넘겼지만 왠지 모르게 찜찜하더군요. 왠지 저도 그 ‘하락 곡선’의 언저리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내내 그 생각만 맴돌았습니다.
나는 지금 예전보다 가치 있는 사람일까?
돌이켜보면 20대엔 단순했습니다. 경력이 짧은 대신 배움의 속도가 빨랐고 열정으로 많은 걸 감췄습니다. 하지만 30대 중반이 되면서 눈에 보이지 않던 기준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연봉, 승진, 타이틀, 책임감. 그 기준 안에서 나는 점점 ‘무언가를 증명해야 하는 사람’이 되었고 그 무게가 점점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그 무게 속에서 문득 생각이 혹시 지금 이 시기를 ‘몸값을 키우는 시간’으로 바꾸면 어떨까? 꼭 회사가 나를 알아봐야만 내가 성장하는 건 아닐 텐데 나 스스로를 키우는 게 먼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저는 저만의 확언을 만들었습니다. “나이와 연봉은 비례한다.” 이 말은 어찌 보면 단순한 위로처럼 들릴 수 있지만 제게는 일종의 다짐이자 행동 지침이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말에 고개를 갸웃하겠지요. “요즘은 나이 들면 구조조정 1순위야.” “연봉 많은 사람부터 자른대.” 저도 그 말들, 익숙하지만 저는 그 논리를 거꾸로 보기로 했습니다. 나이만 먹는 게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더 똑똑하게 일하고 더 전략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더 깊이 있는 사람이 된다면 어떨까요? 단순히 나이만 많은 게 아니라 그 나이에 걸맞은 무게를 가진 사람이라면 회사도 쉽게 손절하지 못할 겁니다.
저는 그 믿음을 실현하기 위해 가장 먼저 책을 집었습니다. 바쁜 일상에서 독서를 꾸준히 하다 보니 점점 ‘예측’이 정확해졌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의 반응, 시장의 흐름, 팀 내 갈등의 방향성까지 어느 정도 읽히기 시작했어요. 이건 단순한 촉이 아니라 다양한 맥락과 패턴을 읽는 힘이 생긴 덕분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느꼈습니다. *독서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나를 확장시키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구나.*
그 과정에서 생긴 자신감은 생각보다 강력했습니다. 이전에는 회의 시간에 의견을 말할 때 ‘이게 맞나?’ 하고 망설였다면 지금은 한 문장을 내뱉기 전에 이미 그 말의 무게와 흐름을 계산하고 말합니다. 말의 무게가 달라졌다는 건 결국 ‘사람의 무게’가 달라졌다는 뜻이겠지요. 주변에서도 이런 변화를 눈치채더군요. 팀장님께서 “요즘 말할 때 힘이 있네요. 뭔가 많이 준비된 느낌이에요.”라고 말씀해 주셨을 때 괜히 혼자 뿌듯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 변화는 외침만으로 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나이와 연봉은 비례한다”라고 백 번 외쳐도 실제로 내 안의 역량이 변하지 않으면 그냥 자기 위안일 뿐입니다. 중요한 건 믿음과 실행이 함께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믿음이 행동을 이끌고 행동이 성장을 만들며 성장이 결과를 바꿉니다. 저는 이 단순한 진리를 늦게나마 체감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잃는다고 생각하죠. 열정, 체력, 기회 등등. 물론 일부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관리하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나이 들수록 무언가를 더 쌓을 수 있습니다. 통찰, 유연함, 연결, 전략적 사고. 이런 것들은 젊음으로는 쉽게 가질 수 없는 것들이죠.
이제 저는 더 이상 “젊었을 때가 좋았지”라는 말에 끄덕이지 않습니다. 지금의 내가 예전보다 훨씬 괜찮습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나는 더 괜찮아질 겁니다. 그 믿음이 있으니까 오늘도 저는 책을 펴고 새로운 경험을 쌓고, 글을 씁니다.
결국 우리는 자기 자신이 만든 생각한 만큼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나이 들수록 연봉이 줄어드는 사람이야”라는 이미지를 가졌다면 정말 그렇게 될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그 이미지를 바꾸는 순간 현실도 따라오기 시작합니다.
오늘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혹시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면 나이 드는 게 두렵게 느껴진다면 저처럼 한번 되뇌어 보시길 바랍니다.
“나이와 연봉은 비례한다.”
그리고 그 말에 진짜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오늘 하루를 살아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