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 소파에 기대어 책 한 권을 펼쳤습니다. 평소 읽고 싶던 책이었고 전날 잠도 충분히 잤기에 몸 상태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책장을 몇 장 넘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눈이 스르르 감기기 시작했고 결국 그대로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마음은 분명 책에 집중하고 싶은데 몸은 도무지 따라주지 않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게으른 걸까’, ‘의지가 부족한 건 아닐까’ 하는 자책이 들었지만 그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관련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하면서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뇌는 평상시에도 전체 체중의 2%밖에 되지 않지만 우리 몸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20% 이상을 소비하는 기관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뇌는 늘 에너지를 아끼려는 방향으로 작동하며 갑작스럽게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즉각 반응하게 된다고 합니다.
집중해서 무언가에 몰입하려는 순간 뇌는 이를 '에너지 과소비' 상황으로 인식하게 되어 졸음이라는 형태로 일종의 ‘방어 반응’을 일으켜 자신을 보호하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책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졸음이 오는 이유는 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뇌가 갑작스러운 에너지 소모를 막기 위해 나를 보호하고자 한 것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뇌의 절약 본능이 반복되면 점차 모든 자극에 무뎌지고 나아가 무기력함으로까지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저도 어느 시기에는 집에만 있으면 누워서 핸드폰을 보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고 그러면서 별다른 이유 없이 의욕이 줄어들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는 마음도 점점 사라졌습니다. 당시에는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환경이 바뀌지 않아서 그런가'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것은 뇌가 에너지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조절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움직이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면 뇌는 점점 더 에너지를 아끼는 방향으로 자신을 '최적화'하게 됩니다. 자극은 줄고 흥미는 감소하며 결국 무기력함이 일상이 되는 것이지요. 특히 요즘처럼 대부분의 활동이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되는 시대에는 움직이지 않고도 하루를 보낼 수 있으니 뇌가 점점 더 절약 모드로 들어가기 쉬운 환경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무기력한 상태를 단순히 개인의 성격이나 의지력 부족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한동안 그렇게 생각했기에 자존감이 많이 낮아졌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뇌가 원래 그런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걸 이해하게 되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의욕이 없는 상태는 나의 문제가 아니라 단지 뇌가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 길들여졌기 때문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니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습니다.
결국 뇌는 쓰면 깨어나고 쓰지 않으면 점점 잠들어가는 기관입니다. 그리고 이 뇌를 깨우기 위한 가장 단순하고도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움직임’이라는 것을 직접 체험하며 깨달았습니다. 거창하게 운동을 하라는 말이 아니라 그저 가볍게 몸을 일으켜 몇 걸음 걷는 것, 손발을 펴고 스트레칭을 하는 것, 햇빛 아래에서 숨을 크게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뇌는 다시 깨어나기 시작합니다.
만약 지금 이 글을 읽으며 집중이 안 되고 의욕이 없고 이유 모를 피로감이 느껴진다면 자신을 탓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뇌가 에너지를 아끼려는 본능적인 모드에 들어가 있을 뿐입니다. 그럴 땐 억지로 머무르지 말고 자리에서 일어나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여 보시기 바랍니다. 그 작은 변화가 다시 활력을 되찾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뇌와 싸우려고 애쓰기보다 뇌와 함께 춤을 추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뇌가 깨어날 수 있도록 적절한 자극을 주고 필요할 때는 에너지를 과감히 사용하도록 도와주는 것. 그것이 우리가 더 건강하게 더 활기차게 살아가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 뇌를 깨우는 첫걸음을 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