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갖는다’는 건 대체 무슨 의미일까요? 꽃을 꺾어 집에 두는 것과 매일 같은 자리에 핀 꽃을 바라보는 것은 무엇이 다를까요? 언젠가부터 ‘소유’라는 말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소유에 대해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아침에 일어나 입을 옷을 고를 때, 커피를 사기 위해 지갑을 꺼낼 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낼 때도 모두 소유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우리는 ‘무엇을 갖고 있는가’에만 관심을 두고 ‘어떻게 갖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무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유행하는 브랜드의 옷, 남들이 예쁘다고 말해주는 가구나 소품, 그런 것들에 마음이 끌렸고 그것들이 저를 더 가치 있게 만들어준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휴대폰 갤러리를 보던 중 비싼 옷을 입고 찍은 사진보다 가족들과 떠난 여행에서 찍은 사진들이 훨씬 더 따뜻하고 가치 있게 느껴졌습니다. 결국 ‘무엇을 가졌는가’보다는 ‘어떤 순간을 가졌는가’가 더 오래 남는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소유’라는 개념을 ‘통제’와 혼동하지만 진정한 소유는 오히려 손을 놓아주는 데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눈앞에 있어야만 내 것이라고 믿는 순간 우리는 이미 그것을 잃기 시작했을 수도 있습니다. 진정한 부란 내가 가진 무언가가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은 소비를 위해서가 아니라 생산을 위해 있어야 하며 집이나 차 같은 것도 단지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나의 가능성을 확장시키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런 철학은 제 일상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요즘은 어떤 물건을 살 때 단순히 예쁘거나 유행하는 것이 아니라 ‘이걸 통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하게 됩니다. 이렇게 실천해 보았더니 소비는 줄었지만 만족감은 오히려 커졌습니다.
무엇보다 제 삶에서 가장 오래 남는 것은 물건이 아니라 기억이고 그 기억은 대부분 ‘소유하지 않았던’ 순간들로부터 온다는 점을 점점 더 깨닫게 됩니다. 예를 들면 제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던 경험이라든지 어떤 말 한마디가 친구의 마음을 움직였던 순간들이 그렇습니다. 그런 영향력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오래도록 남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가지면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도 그렇게 믿고 살았던 시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믿음이 오히려 저를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갖고 있는 것이 늘어나면 그만큼 더 많이 잃을까 두려워지고 지켜야 할 것이 많아지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얼마나 가졌는지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갖고 있는가입니다. 소유는 단순히 외적인 풍요가 아니라 내면의 균형과 자유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스스로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셨으면 합니다. 나는 무엇을 갖고 싶으며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갖고자 하는가. 그 소유는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는가 아니면 나를 소모시키고 있는가. 삶에는 정답이 없지만 분명한 방향은 있습니다. 소유는 나를 위한 것이어야 하며 그 방식이 타인을 해치지 않고 나 자신을 얽매지 않아야 합니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많은 것을 갖는 것이 삶의 목표인 것처럼 살아가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갖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질문 속에서야말로 진짜 나다운 삶 진짜 의미 있는 부의 길이 시작된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