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부자의 삶이란

by 오동근

여러분들 역시 로또 1등에 당첨되면 어떻게 사용할 건지 계획 있으시죠?

저는 복권 1등 당첨되면 바로 사표 내고 하와이 가서 놀면서 살고 싶은 생각이 있는데 과연 놀고먹는 삶이 행복할지에 대한 의문은 마음 한구석에 갖고 있습니다.


몽테뉴는 수상록에서 "부유하다는 것은 살기 쉬움이 아니라 일거리가 달라지는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아무리 큰 부자일지라도 일은 꾸준히 하면서 자기 내면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장을 통해 그동안 제가 품어왔던 부자에 대한 환상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부자가 되는 것을 '일하지 않고 놀면서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을까요? 파이어족(FIRE) 개념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제적 자유를 얻어 일찍 은퇴하고 자유롭게 살겠다는 꿈. 겉보기엔 멋져 보이지만 과연 그것이 진정한 행복의 길일까요?


연예인 유재석 님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현재는 20년 전 신인 개그맨 시절보다 삶이 더 편해졌을까요? 분명히 경제적으로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풍요로워졌겠지만 메인 MC로서 프로그램 전체를 이끌어가야 하는 부담감, 후배들을 챙기고 이끌어줘야 하는 책임감, 대중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압박감까지. 신인 시절에는 그저 자신의 몫만 하면 됐지만 이제는 훨씬 큰 세계를 경영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가 불행해 보이는가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생생하고 활기차 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이 들수록 능력이 떨어지고 새로운 것을 배우기 어려워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젊을 때 열심히 벌어두고 나중에는 그 돈으로 편하게 살겠다는 계획을 세우지만 이것은 완전히 잘못된 생각입니다. 실제로 많은 성공한 사업가들을 보면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더 큰 프로젝트에 도전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려고 합니다.


워렌 버핏은 90세가 넘어서도 매일신문을 읽고 투자 결정을 내립니다.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은퇴한 후에도 재단을 통해 더 큰 세상을 변화시키려 노력합니다. 이들에게 부란 편안한 은퇴 생활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더 큰 꿈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힘이고 더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자유입니다.


진정한 부자는 시간에 쫓기지 않습니다. 시간을 지배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낸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자발적으로 시간을 선택하고 기꺼이 그 시간을 투자해서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시키는 일을 마지못해 하는 것과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몰입하는 것의 차이입니다. 같은 8시간을 써도 전자는 시간에 끌려다니는 느낌이고 후자는 시간을 다스리는 느낌입니다.


'더 큰 세계를 품는다'는 의미는 내 개인의 안락함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범위를 넓혀가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부도 따라오고 진정한 만족감도 얻게 됩니다.


요즘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평생 현역'이라는 말이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정년퇴직 후 여생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의미 있는 일을 계속하며 살겠다는 다짐입니다. 처음에는 도대체 언제까지 일해야 한다는 건지 무서웠지만 관점을 바꿔보니 오히려 희망적이었습니다.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평생 할 수 있다는 것 나이 들어서도 계속 성장하고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지를 깨달았습니다.


물론 체력적으로는 한계가 있을 테지만 지혜와 경험은 나이가 들수록 더 깊어집니다. 젊을 때는 힘으로 했던 일을 나중에는 지혜로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지혜를 다음 세대에게 전해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내 영향력은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더 커질 수 있습니다.


결국 부자가 되는 것은 더 이상 일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자유를 얻는 것입니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에서 벗어나서 내 가치관과 꿈에 맞는 일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갖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파이어족의 꿈도 완전히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은퇴 후에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할 수 있는 발판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예술 활동을 시작하거나 사회적 기업을 창업하거나 교육이나 상담 같은 봉사 활동에 전념하는 것 말입니다.


저 역시 요즘은 부자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내리고 있습니다. 부자는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쓸 수 있는 사람입니다. 좋아하는 일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일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물론 이런 깨달음이 하루아침에 온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가끔은 '그냥 놀고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삶이 결코 저를 행복하게 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


진정한 행복은 내가 세상에 무언가 의미 있는 것을 남길 수 있다는 확신에서 옵니다. 죽을 때까지 계속 성장하고 계속 기여하고 계속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가는 그 과정 자체가 가장 큰 부라는 것을 이제는 믿습니다.

당신은 어떤 부자가 되고 싶으신가요? 그리고 부자가 되면 어떤 삶을 살고 싶으신가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바로 진정한 부자로 가는 첫걸음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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