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의 힘

by 오동근


요즘 같은 세상에 완전히 새롭고 기발한 무언가가 있을까요?

AI가 넘쳐나는 시대에는 오히려 ‘편집력’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수많은 정보가 흘러나오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 존재하는 것 중에서 무엇을 고르고 어떻게 배열할 것인지 판단하는 감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의성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능력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기존의 것들을 새롭게 엮어내는 힘에 훨씬 가깝습니다.


우리의 일상 속에는 이미 수많은 편집의 순간이 숨어 있습니다. 아침에 어떤 옷을 입을지 결정할 때, 점심 메뉴를 고를 때, 친구에게 어떤 말을 먼저 꺼낼지 고민할 때, 심지어 SNS에 올릴 사진을 고르고 글을 쓸 때도 우리는 편집하고 있습니다. 고르고, 배치하고, 연결하는 것. 이 모든 것이 편집입니다.


제가 글을 쓸 때마다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이는 부분 역시 ‘편집’입니다. 어떤 문장을 먼저 쓰고 어떤 예시를 어디에 넣을지 고민하며 흐름을 잡는 과정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작업이고 좋은 글을 판단하는 기준은 결국 편집의 감각입니다. 많은 분들이 편집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단순히 짜깁기하거나 남의 것을 따라 하는 작업이라 오해하곤 합니다. 하지만 실상 편집은 가장 창의적인 작업입니다. 같은 재료라도 어떤 순서로 배열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감동과 의미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AI 시대에는 정보가 넘쳐납니다. 검색 몇 번만 하면 수천 개의 요약문, 분석 자료, 논문, 후기 등을 쉽게 얻을 수 있지만 그 자료들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어떤 순서로 엮으며 어떻게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지는 결국 사람의 몫입니다. 같은 정보를 두고도 어떤 사람은 인사이트를 발견하고 어떤 사람은 단순한 요약에 그치는 차이는 바로 편집력에서 비롯됩니다.


편집의 감각을 기르고 싶다면 저는 독서를 추천합니다. 책은 그 자체로 이미 정제된 편집물입니다. 저자가 수많은 자료와 사례 중 핵심적인 내용만 추려 정해진 순서로 배치했기 때문에 책 한 권을 읽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자연스럽게 편집의 결과물을 접하게 됩니다.


어떤 책을 고를지, 어떤 순서로 읽을지, 어디에 밑줄을 긋고 메모를 남길지. 이 모든 선택들은 곧 내 안에서 생각의 흐름을 편집하는 연습입니다. 편집은 곧 고르는 힘이며 배열하는 감각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억지로 짜내기보다는 이미 있는 것들 중에서 나만의 조합으로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바로 창의력의 진짜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AI가 점점 더 똑똑해질수록 오히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을 만들까’보다 ‘어떻게 엮을까’에 집중하는 일입니다. 편집은 누구나 익힐 수 있고 연습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집 앞 카페의 메뉴와 동네 가게의 인테리어를 보며 "이거랑 저거랑 엮으면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하나씩 감각을 익히다 보면 편집은 우리의 무기가 됩니다.


편집은 감각이며 동시에 습관입니다. 오늘부터라도 내 안의 편집 감각을 조금씩 깨우고 키워보시길 권합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다시 엮는 힘 그것이 바로 이 AI 시대의 진짜 창의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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