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대체되지 않을 자신 있나요?

by 오동근

이미 많은 직업군에서 AI의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약사, 회계사, 공무원, 심지어 의사까지도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직업’으로 언급되고 있지만 우리가 정말 주목해야 할 부분은 '어떤 직업이 사라지는가'가 아니라 '그 직업을 어떤 방식으로 수행하고 있는가'입니다. 다시 말해 단순히 해당 직업군에 속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약사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약사는 곧 AI에게 대체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왜일까요? 단순한 조제 업무 즉 처방전에 따라 약을 꺼내고 제공하는 일은 로봇이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실수할 수 있는 부분을 기계는 놓치지 않고 처리합니다. 하지만 과연 약사의 역할이 약을 꺼내는 일에만 국한되는 것일까요?


제가 알고 있는 한 약사 분은 조금 달랐습니다. 그분은 매달 첫 주 토요일이면 약국 문을 닫고 근처 커뮤니티 센터에서 무료 건강 상담회를 여셨습니다. 고혈압 약을 복용 중인 어르신, 갱년기 증상으로 힘들어하는 중년 여성, 소화제를 과다 복용하는 청소년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약을 넘어선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습니다. 그분은 단순한 조제자가 아닌 사람들의 삶에 깊이 스며드는 상담자였습니다. 이런 역할은 AI가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입니다.


사람들이 흔히 오해하는 것 중 하나는 ‘창의력은 예술가나 발명가 같은 특별한 사람들만 갖고 있는 능력’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창의력은 거창한 발명이나 작품에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상 속에서 ‘다르게 생각하는 시선’, ‘조금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하는 태도’, 그리고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창의력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지게 만들 수 있을지 더 따뜻하게 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순간 우리는 이미 창의적인 사고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면접 질문으로 “당신이 하는 일이 왜 AI에 의해 대체되지 않을 수 있는지 설명하시오”라는 질문을 한다고 합니다. 이는 단순한 채용 질문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가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본질적인 질문입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은 과연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인가 아니면 누구라도 혹은 기계라도 할 수 있는 일인가. 그 질문에 우리는 정직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일하는 과정에서 흔히 ‘버티기 모드’에 빠지기 쉽습니다. 주어진 일만 하면서 ‘그래도 나는 아직 필요한 사람이겠지’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곤 합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위로는 유효하지 않습니다. 반복적인 업무는 이미 AI의 영역으로 넘어갔고 우리에게는 ‘의미를 더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고객의 표정에서 니즈를 읽어내고 동료의 말에 공감하며 작은 배려를 더할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이야말로 지금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존재입니다.


오늘 당신은 어떤 창의적인 행동을 하셨습니까? 단순히 주어진 일만 하셨습니까 아니면 그 일에 당신만의 의미를 더하려 노력하셨습니까? 반드시 거창한 혁신을 이루지 않더라도 괜찮습니다. 단골 고객의 이름을 기억하고, 사소한 문제에 먼저 손을 내밀며, 조금 더 친절한 설명을 건네는 그런 태도가 결국 당신을 AI와 구별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AI는 분명 놀라운 기술이고 앞으로 더 많은 일을 대체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만큼 인간다움, 창의력, 공감력은 더욱 가치 있게 평가될 것입니다. 그러니 두려워하기보다는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나는 AI에 대체되지 않기 위해 오늘 무엇을 다르게 해 보았는가?”


그 질문 하나만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AI 시대를 살아갈 충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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