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의 힘(Ⅱ)

by 오동근

우리는 누군가의 성취를 보면 쉽게 “저 사람은 원래 머리가 좋은 거야.”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무언가를 대단히 잘 해내는 사람을 보면 ‘천재’라고 부르고 그 사람은 ‘타고났기 때문’이라고 단정 짓죠. 학창 시절 글 잘 쓰는 친구를 보면 ‘저 친구는 글 쓰는 유전자를 타고났어’라고 생각했고 발표를 잘하는 동료를 보며 ‘저건 나랑 다른 부류의 사람이야’라고 단정 지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들은 정말 타고났을까? 정말 우리는 그렇게 다르게 태어난 걸까? 나와의 차이점은 무엇인 걸까? 이 질문들을 붙잡고 있던 어느 날 김재훈 교수님의 『에디톨로지』라는 책을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의 한 문장을 읽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천재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편집되는 것이다.”

이 얼마나 강력하고도 따뜻한 문장인가요. 타고난 무언가가 아니라, 우리가 편집을 통해 충분히 다다를 수 있다는 이 말 한마디가 제 안의 오랜 고정관념을 뒤흔들어 놓았습니다.

김재훈 교수님은 이 책에서 인간의 창의성과 지능은 정보의 '양'보다 그것을 어떻게 편집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합니다. 편집이라고 하면 보통 영상이나 글을 자르고 붙이는 기술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여기서 말하는 편집은 훨씬 더 본질적인 사고방식입니다. ‘내가 접한 정보들을 어떤 순서로 어떤 방식으로 재조합하느냐’에 대한 뇌의 작동 원리를 말하는 거죠.


예를 들어 우리가 책을 읽을 때 단순히 정보를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그 책에서 본 문장과 내가 겪었던 경험 또 다른 책에서 봤던 문장을 이어 붙이고, 비교하고, 재해석하는 과정이 벌어집니다. 이게 바로 편집입니다. 예전엔 이런 과정이 단순한 ‘생각 정리’ 정도로만 느껴졌지만 지금은 확신합니다. 우리는 모두 편집자이고 그 능력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천재가 될 수 있습니다.


제가 한창 글쓰기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을 때의 일입니다. 매일 일기를 쓰고, 읽은 책의 내용을 정리하며 블로그에 포스팅을 했습니다. 처음엔 ‘쓸 게 없다’는 말이 입에 붙어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연결하지?’, ‘이 문장을 어떤 순서로 배치하면 더 강력할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면 글이 달라집니다.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읽는 사람의 마음에 더 오래 남고, 더 깊은 울림을 주게 되죠. 이게 바로 제가 체감한 편집의 힘입니다.


또 하나의 책, 『지혜 편집 공학』도 함께 읽어보면 좋습니다. 이 책은 일본의 편집 전문가 마쓰오 가쓰히코의 저서로 지혜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편집 방법론을 담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편집은 ‘생략’과 ‘강조’ 그리고 ‘순서의 재배치’입니다. 같은 재료라도 어떤 순서로 보여주느냐에 따라 독자가 받아들이는 느낌이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정보 자체보다 중요한 건 그것을 다루는 기술이며 이 기술은 훈련을 통해 충분히 익힐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천재는 특별한 사람만의 영역’이라는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떤 천재도 아무것도 없이 갑자기 위대한 생각을 해내진 않습니다. 모두가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정보를 수집합니다. 중요한 건 그다음입니다. 그 정보들을 어떻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섞고 연결하고 배열할 수 있느냐가 진짜 천재성을 만드는 겁니다. 우리가 이것을 해낼 수 있다면 우리 모두는 충분히 창의적인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편집은 단순한 기술이 아닙니다. 그것은 사유의 깊이를 결정짓는 일이며 창의성의 본질입니다. 누구나 정보를 모을 수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정리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정보 소비자’에서 ‘아이디어 생산자’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결국 천재와 평범함을 가르는 차이는 ‘편집’의 능력입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아마 한 번쯤은 스스로를 ‘평범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남들보다 말이 느리게 나오는 것 같고,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 것 같고, 아이디어는 늘 부족하다고 느끼는 순간들... 그런데 저는 묻고 싶습니다. 얼마나 자주, 그리고 어떻게 내 안의 정보를 편집해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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