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렇게 집중을 못 하지?"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으신지요. 저는 얼마 전 중요한 일을 앞두고 책상에 앉았지만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괜히 휴대폰을 한 번 들여다보고 알림이 없어도 또 확인하고 아무 생각 없이 유튜브 쇼츠를 클릭했는데 어느새 30분이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아, 진짜 이러면 안 되는데…’ 하는 자책과 함께 그다음 날도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고 있는 저를 보며 속이 상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순간,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습니다. 예전엔 책 한 권을 앉은자리에서 끝까지 읽어내던 저였는데, 요즘은 흥미로운 책조차도 몇 장 넘기다 보면 어느새 손이 휴대폰으로 먼저 가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이렇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혹시 지금 내 집중력은 약해진 게 아니라 환경에 따라 훈련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요즘 우리는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에 익숙해져 살아가고 있습니다. 몇 초 만에 재미를 주는 영상, 강한 자극을 던지는 이야기, 짧은 글귀와 메시지들이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 긴 호흡으로 무언가를 해내는 일이 점점 낯설어지고 있습니다. 영상을 보다 말고 넘기고 글을 읽다 말고 포기하고 대화도 짧은 텍스트 메시지로만 주고받는 일이 일상이 되면서 어느 순간부터 ‘끝맺음’이라는 감각이 희미해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저 또한 책을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최근에는 독서에조차 몰입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보며 불안함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만의 방식으로 이 흐름을 끊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다시 긴 호흡을 회복하고 마무리하는 습관을 되찾기 위해 한 가지 미션을 스스로에게 부여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3일 안에 300쪽짜리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조건은 단순했습니다.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려고 애쓰지 말고 문장 하나하나를 분석하려 하지도 말며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줄거리나 의미를 따지기보다는 무조건 끝을 보겠다는 목표 하나만 갖고 시작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50페이지를 읽는 동안 머릿속은 온갖 잡생각으로 가득했고 자꾸만 휴대폰을 들고 싶은 충동이 일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스스로를 다독이며 다짐을 떠올렸습니다. “이건 이해하려고 읽는 게 아니라 끝을 보려고 읽는 거야.” 그렇게 되뇌면서 읽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점점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가 붙었습니다. 내용은 여전히 다 이해되지 않았지만 텍스트를 따라가며 흐름에 몰입하는 그 느낌이 오히려 색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경험은 단순히 책 한 권을 읽었다는 의미를 넘어섰습니다. 그 이후로 이상하게도 다른 일에도 ‘끝까지 해보자’는 자세가 생겼고 예전 같았으면 중간에 포기했을 프로젝트도 완수하게 되었습니다. 미루던 일들도 하나씩 정리해 나가는 기세가 붙었고 일상에서의 집중력 또한 자연스럽게 회복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독서를 단지 지식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곤 합니다. 그래서 내용이 어렵거나 지루하면 금세 포기하고 다 읽고 나서도 ‘별로 얻은 게 없었다’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저는 이번 경험을 통해 읽기의 목적이 꼭 ‘이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때로는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내는 ‘행위’ 그 자체가 우리의 뇌에 강력한 메시지를 주고 흐트러진 삶의 호흡을 바로잡아주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읽는 행위는 단순히 지식을 담는 게 아니라 나를 통제하는 훈련입니다. 특히 그 행위가 '끝맺음'이라는 가치를 동반할 때 삶의 리듬은 놀랍도록 바뀌게 됩니다. 저는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께도 이 경험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이 과정을 통해 포기의 유혹을 이겨내는 법을 다시 배웠습니다. 그리고 중간에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올라올 때마다, "나는 끝까지 해본 적이 있어"라는 내면의 자신감을 꺼내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치 짧고 자극적인 영상들에 길들여졌던 뇌를 다시 '긴 호흡'에 적응시키는 리셋 버튼을 누른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다가오는 휴가를 앞두고 계신다면 여행을 떠나기 전 이 숙제를 스스로에게 부여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책 한 권을 완독 한 그 기세로 떠나는 여행은 분명 이전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여행지보다도 그 여행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떠나느냐에 달려 있다고 믿습니다.
지금 여러분의 손에 들려 있는 스마트폰 대신 책 한 권을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지금 당장 3일이라는 작은 시간 동안 끝을 보는 경험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그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다시 ‘끝을 맺을 줄 아는 사람’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끝을 맺는 사람만이 새로운 시작도 할 수 있습니다. 그 첫걸음을 오늘 함께 시작해보시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