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누구나 스마트폰 하나쯤은 손에 들고 살아갑니다. 그러다 보니 특별한 순간을 마주할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이건 꼭 사진 찍어야지”가 되어버렸습니다. 축제의 불꽃놀이, 맛있는 음식, 예쁘게 꾸며진 카페의 한 구석 등 우리는 그 장면을 기록하고 싶어 핸드폰을 들이대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 순간을 어떻게 ‘느꼈는지’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그 사진을 꺼내 보아도 처음의 감동은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어디선가 놓친 듯한 허전함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마치 진짜 중요한 것은 챙기지 못하고 껍데기만 붙잡고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얼마 전 우연히 들은 강연에서 한 강연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좋은 경험은 핸드폰에 쌓지 말고 뇌에 쌓아야 합니다.” 처음에는 당연한 말 같아 고개만 끄덕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말의 무게가 점점 커져갔습니다. 우리 뇌는 단순히 정보를 저장하는 장치가 아니라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을 가진 구조라고 합니다. 그날의 공기, 온도, 감정, 함께 있었던 사람까지도 뇌에 남아 있다면 그것은 언젠가 새로운 생각이나 행동을 이끌어내는 자원이 될 수 있습니다.
뇌는 경험 데이터를 축적하여 미래를 판단하고 예측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고 합니다. 실제로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은 자신이 인문학적 소양 덕분에 시장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다양한 간접경험이 쌓이면 그것이 하나의 판단 기준이 되고 우리는 점점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예측력은 자신감을 만들어내고 결국 용기로 이어집니다. 뇌가 세상을 넓고 깊게 바라보도록 만드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기록’이라는 이름 아래 핸드폰 속에 그 모든 경험을 집어넣고 안심합니다. 마치 저장만 하면 잊히지 않을 것 같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강연을 들을 때도 PPT 화면을 찍고 나면 ‘나중에 보면 되지’라는 생각에 집중이 흐려지고 결국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됩니다. 이처럼 핸드폰에 저장한 경험은 감정을 남기지 못하며 깊이 있는 기억으로도 자리 잡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사진을 찍지 말라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사진을 즐겨 찍고 가끔 꺼내 보며 웃는 일이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진이 ‘경험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사진은 잠깐만 찍고 그 이후의 시간은 온전히 그 순간을 느끼는 데 써야 합니다.
이처럼 진짜 삶을 바꾸는 것은 뇌에 쌓인 경험들입니다. 그런 경험은 우리의 선택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며 결국 삶의 방향까지 바꿔 놓습니다. 세상의 흐름을 읽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 힘은 단지 정보의 양이 아니라 내 안에 쌓인 감정과 직관, 맥락에서 나옵니다. 핸드폰에 저장된 사진이 아무리 많아도 그 안에 나만의 해석과 감정이 없다면 그것은 단지 데이터일 뿐입니다.
오늘 하루 우리는 어떤 감동을 마주했는지 곱씹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혹시 사진만 남기고 감정은 놓쳐버린 장면이 있는지 단지 ‘기록’에만 집중하다 ‘경험’은 비워버리진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가끔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느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시간이 우리를 단단하게 만들고 앞으로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이 단 한 번 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마 더 자주 핸드폰을 내려놓게 될 것입니다. 기록보다 경험을 저장보다 몰입을 선택하는 삶이 결국은 더 깊고 선명한 흔적을 남긴다는 것을 저는 믿습니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짜 기억을 만드는 일이며 결국 나라는 사람을 조금씩 단단하게 만들어 가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