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다섯 시쯤, 무심코 창밖을 보다가 놀란 마음으로 커튼을 걷었어요. 콘크리트 틈 사이에 살고 있는 거미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거든요. 밤새 열대야로 영하로 더운 날 찜통 같은 열기 속에서도 그 작디작은 생명이 기어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쟤는 지금 자기 삶을 꾸역꾸역 살아내고 있는 거구나. 그게 바로 노력일 텐데 왜 나는 노력이라는 말을 들으면 그렇게 부담부터 느끼는 걸까?’
우리는 흔히 ‘노력’ 하면 고통, 인내, 땀, 눈물 같은 걸 떠올립니다. 그래서 노력이라는 말이 나오면 괜히 한숨부터 쉬게 되죠. “열심히 해볼게요.”라는 말 뒤에는 종종 ‘아… 또 해야 해…’ 같은 마음이 숨어 있기도 합니다. 근데 진짜 노력이라는 게 그렇게 힘들기만 한 걸까요? 혹시 우리가 너무 과장되게 혹은 왜곡되게 받아들이고 있는 건 아닐까요?
책 한 권 읽는 것도 괴로운 일인데 하물며 글을 쓴다는 건 더더욱 피하고 싶은 일이었죠.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게 정말 '노력'이어서가 아니라 ‘노력 = 고통’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박혀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마치 안 힘들면 노력이 아니라고 착각했던 거죠. 그래서 더 힘든 척 더 지친 척했던 순간도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요즘은 노력을 무겁게 느끼기보단 살아 있다는 증거처럼 느끼기 시작했어요. 아침에 눈을 떠서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고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글감을 떠올리고 시간 날 때마다 책을 읽고 운동하고 사람을 만나고.. 그 모든 게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그렇게 살아가고 싶기 때문에 하는 일들이거든요. 그리고 그게 바로 노력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자연을 보면 그런 생각이 더 분명해져요. 벌들은 꿀을 모으고 나무는 가지를 뻗고 새들은 둥지를 짓습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거예요. 그런데 그걸 두고 누구도 “벌들이 고생하네”라고 하진 않죠. 당연한 일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니까요. 노력이라는 것도 원래 그런 거였을 거예요.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나답게 살아가기 위해 자연스럽게 하는 일. 그런데 우리는 그걸 너무 어렵고 거창한 것으로 만들어버렸던 건 아닐까요?
특히 요즘 자기 계발서나 동기부여 콘텐츠를 보면 마치 목숨 걸고 버티고 누구보다 오래 참는 사람이 결국 이긴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곤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노력은 꼭 참는 것만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기 삶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조금씩 움직여 나가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 나를 성장시키는 방향으로 스스로 걸어가는 것. 그런 게 더 진짜 노력에 가까운 거 아닐까요?
제가 독서를 예로 들었던 것처럼 처음엔 힘들 수 있지만 그걸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힘들다'는 생각이 사라집니다. 오히려 그 시간이 기다려지고 즐거워지기 시작해요. 그때부터는 더 이상 억지로 하는 게 아닙니다. 즐기게 되는 거죠. 노력도 결국 ‘즐기는 지점’까지 가는 과정일 뿐, 그 자체가 고통만으로 이뤄진 건 아니라는 걸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많은 사람들이 "나는 노력해도 안 된다"라고 말합니다. 남들은 금방 되는 것처럼 보이는데 나는 왜 이렇게 오래 걸릴까? 꽃은 같은 날 피지 않잖아요. 어떤 씨앗은 봄에 피고 어떤 씨앗은 여름을 기다립니다. 나의 노력이 어디까지 닿을지는 모르지만 지금 내가 그걸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면 이미 삶의 중심에 있는 겁니다.
가끔은 아무것도 하기 싫고 멈춰 서고 싶고 도망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런 감정마저도 저는 이제 ‘노력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완벽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것도 노력이고 다시 시작하는 것도 노력입니다. 중요한 건 '계속 살아내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그 자체로 충분히 멋지고 대단한 일입니다.
결국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노력이 결코 ‘고통의 연속’이 아니라는 것도요. 노력은 우리가 살아 있는 증거이고 삶의 방향을 잡아가는 힘입니다.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게 나답다’고 느껴지는 것 ‘지금 이 순간 의미 있다’고 느껴지는 일에 스스로 손을 뻗는 것. 그게 바로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노력입니다.
그러니 너무 부담 갖지 말고 너무 애쓰지 말고 대신 꾸준히 자신을 움직여 주세요. 여러분이 지금 하고 있는 그 ‘작은 움직임’이 바로 삶을 살아가는 진짜 힘이란 걸 저는 믿습니다. 그리고 그게 진짜 멋진 노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