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인생이 체스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수, 한 수 계획대로 두고 전략을 세우면 결국 원하는 결과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다양한 경험을 하며 체스가 아니라 포커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체스는 모든 말과 수가 보이고 정해진 규칙 안에서 움직이지만 포커는 상대의 패를 알 수 없고 상황은 늘 불확실하며 운이 개입된다는 점에서 현실과 많이 닮아 있었습니다. 세상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하고 때로는 모든 것을 다 알고도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게임판 위에서 우리는 매일같이 무수한 선택을 하며 살아갑니다.
회사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혹은 인간관계에서 한 발 물러설지 다가설지를 고민할 때 우리는 늘 미완의 정보만을 가진 채 최선을 다해 판단을 내립니다. 그래서 어쩌면 인생은 그 자체로 불완전한 게임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 속에서 무엇을 기준 삼아 살아야 할까요. 저는 그 답을 ‘꾸준한 독서’에서 찾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처음부터 책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학창 시절까지만 해도 시험 전에 억지로 교과서를 읽었고 선생님이 추천하는 책도 몇 장 넘기다 덮곤 했습니다. 그런 제가 책을 가까이하게 된 계기는 회사 생활 중 큰 실수를 경험한 후였습니다. 한 프로젝트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고 일부 책임이 제게도 돌아왔습니다. 억울한 마음과 동시에 깊은 무력감이 밀려왔고 그때부터 무언가를 바꿔야겠다는 절박함이 생겼습니다. 그날 밤 책장을 열고 무작정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20~30분 정도 읽는 것도 버거웠지만 어느 순간부터 달라지는 나를 느꼈습니다. 단순한 지식만이 아니라 생각의 폭이 넓어졌고 감정을 정리하는 법도 배우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매 상황마다 누군가의 말이나 분위기에 휘둘리곤 했지만 지금은 ‘내 판단’에 근거한 결정을 더 자신 있게 내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조용히 변해가는 제 모습을 발견하며 매일 책을 읽는 습관은 하나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한 권의 책이 인생을 바꾸지는 않지만 한 권, 두 권 반복과 쌓이다 보면 삶도 조금씩 바뀌게 됩니다. 하루 한 장이라도 그 작은 반복이 모여 1년 후에는 수백 장, 수천 장의 지식과 통찰 문장이 내 안에 쌓이게 됩니다. 그 변화는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분명히 말투를 바꾸고 행동을 바꾸고 결정의 무게를 바꾸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물론 독서 외에도 운동이나 인간관계 경력 쌓기 같은 요소들이 우리 삶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 모든 것 중에서도 독서만큼 배신하지 않는 것은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운동은 부상으로 중단될 수 있고 인간관계는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으며 일은 성과로만 평가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책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습니다. 내가 원할 때 펼치면 조용히 말을 건네고 필요할 때 방향을 알려주는 친구 같고 스승 같은 존재입니다.
삶이 포커와 같다는 말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많은 요소들 앞에서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럴수록 더욱 단단한 내면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내면을 채우는 가장 현실적이고 안정적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꾸준한 독서입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는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그 힘이 드러납니다. 책은 안갯속을 걷는 우리에게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과 같습니다. 완벽한 지도를 줄 순 없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알려주는 기준은 되어줍니다.
하루하루가 불확실하게 느껴지고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막막하다면 오늘 하루 10분만이라도 책을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사소해 보이는 그 시작이 쌓이면 결국 인생 전체의 방향을 바꾸는 힘이 될 수 있습니다. 독서는 나를 잃지 않게 해주는 도구이자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붙잡을 수 있는 기준입니다. 아무리 포커판 같은 인생이라 해도 내 손에 든 패를 단단히 만드는 노력만큼은 분명히 할 수 있습니다. 오늘도 책 한 장 넘기며 우리는 그렇게 스스로를 조금씩 단단하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