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 이런 생각해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나도 언젠가 꼭 한 번 00에 가보고 싶어.”
하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그리고 이상하게도 뭔가 준비가 완벽히 되지 않으면 움직이기가 어려워집니다. 여행뿐만 아니라 책 읽기, 운동, 공부, 취미생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까지. ‘언젠가’ 하겠다던 일들이 하나둘 밀려나 결국은 ‘영원히 하지 않을 일’이 되어버리곤 합니다.
어느 날 갑작스럽게 하루 휴가가 생겼습니다. 이전 같았으면 그냥 늦잠이나 자고 밀린 드라마나 보면서 하루를 보내버렸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날은 문득 경포해변이 떠올랐습니다. 예전부터 그렇게 가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그곳. “이왕 휴가인데 그냥 한 번 가보자.” 마음이 시키는 대로 움직였고 새벽 일찍 강릉으로 향했습니다.
도착한 경포해변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아름다웠습니다. 바닷바람은 시원했고 조용한 마을 골목은 그 자체로 힐링이었죠. 생각보다 바빴지만 오히려 그 한정된 시간 덕분에 더욱 집중해서 구석구석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1박 2일은 너무 짧아서 못 가.라고 하지만 1박 2일이었기 때문에 더 진심을 다해 여행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여건이 될 때 무엇인가를 하려고 합니다. 여유 있는 시간이 생기면, 돈이 좀 모이면, 체력이 조금 회복되면, 그때 하겠다고 미룹니다. 그런데 정말 아이러니한 건 그런 ‘완벽한 때’는 좀처럼 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렇게 우리는 계속 다음을 기약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시간을 흘려보내곤 하죠.
‘여건이 되면’이 아니라 ‘여건이 안 되더라도’ 해보는 게 중요하다는 것. 왜냐면 진짜로 원하는 건 그 여건이 완벽히 갖춰진 때가 아니라 지금 당장 내 마음속에 움직이고 싶은 그 마음이니까요.
예전에 저는 영어를 정말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습니다. “미국에 6개월만 살면 완벽할 텐데.” 이런 말도 많이 했지만 현실은 미국은커녕 외국 나갈 일이 없었죠. 결국 그 생각은 그냥 미루기의 핑계였다는 걸 나중에서야 깨달았습니다. 영어 실력을 기르고 싶었던 것이지 미국을 가는 게 목적은 아니었잖아요.
우리가 종종 착각하는 게 있어요. 어떤 목표를 이루려면 정해진 정해진 조건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는다는 것. 하지만 그런 전제 자체가 우리의 시작을 막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강릉을 꼭 가야만 강릉을 경험하는 게 아니고 책을 몇 시간을 읽어야만 독서가 되는 게 아닙니다. 마음만 있다면 식당에라도 가서 강원도의 음식을 맛보고 책 한 줄이라도 읽어보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어요.
오히려 그렇게 시작하면 더 강한 욕구가 생깁니다. 강원도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진짜 강릉 한 번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책 한 줄이 너무 재미있어서 “더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죠. 바로 그 지점에서 행동이 습관이 되고 습관이 삶을 바꿉니다.
우리는 종종 결과만을 목표로 삼지만 사실은 그 방향으로 향하는 ‘움직임’ 자체가 더 중요합니다. 설령 내가 강릉에 가지 못하고 강원도 식당에 다녀온 것만으로도 내 안에는 ‘행동했다’는 자신감이 남습니다. 그리고 그 행동 하나가 또 다른 가능성으로 이어집니다.
시간이 없고 여건이 안 된다고요? 사실은 마음이 아직 거기까지 닿지 않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때가 아니야’라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그 시기를 영영 만들지 못합니다. 시간이 나길 기다리지 말고 시간을 조금씩 ‘내어보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보세요.
그게 꼭 성공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그걸 향해 움직인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강릉을 당일치기로 다녀온 것, 영어 한 문장을 소리 내어 따라 해 본 것. 그 모든 작은 행동들이 결국 내 삶을 바꾸는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떠날 수 없다고요? 괜찮습니다. 오늘 저녁엔 강원도 음식점에 가보는 건 어때요? 책 한 줄 읽어보는 건요?
작은 시도, 그게 진짜 우리를 움직이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