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마한 물건을 살 때는 이래저래 따지고 살까 말까 하면서도 ‘10억’이란 숫자를 말할 땐 생각보다 쉽게 입 밖에 내는 경험 다들 있으시죠? 월급을 받으면서도 “난 언젠가 10억은 모을 거야”, “100억은 벌어야지”라는 말을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10억이란 돈이 진짜 내 삶 안에서 얼마나 먼 숫자인지 감이 안 잡히더라고요. ‘10억 원을 모으려면 실제로 얼마나 걸릴까?’ 하고 계산기를 두드려 보면서부터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가끔 뉴스에서 “강남 아파트가 하루 만에 1억 올랐다”, “건물주가 됐다”는 기사를 보면 숫자가 너무 자주 등장해서 오히려 그 크기를 가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1억, 10억, 100억이라는 단위가 자주 들리다 보니 실제로 그게 얼마나 큰돈인지에 대한 감각이 흐려지는 거죠.
그런데요 숫자라는 건 참 묘합니다. 우리 눈에 안 보이니까 마치 감정처럼 추상적으로 느껴질 때가 많거든요. 저는 언젠가 한 강연에서 “1에서 10까지 더하면 55인데 곱하면 362만이 넘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고작 10개 숫자를 곱했을 뿐인데 결과는 수백만이라니, 숫자는 더할 때보다 곱할 때 훨씬 빠르게 커지고 무서워진다는 걸 그제야 새삼 실감했습니다.
숫자 감각을 키우는 일은 단순히 수학을 잘하는 것과는 좀 다릅니다. 특히 돈을 다루는 데 있어서 숫자 감각은 곧 현실 감각이 되거든요. 월급이 300만 원인 사람이 10억을 모으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단순 계산으로는 약 333개월 그러니까 27년 9개월 이상을 아무것도 쓰지 않고 모아야 가능합니다. 저는 이 계산을 하고 나서 진짜 뜨끔했습니다. “이래서 10억을 말로만 얘기하면 안 되는구나” 싶었거든요.
우리는 흔히 “나는 100억 벌 거야”, “건물주 될 거야”라는 꿈을 얘기합니다. 그런데 그 꿈이 막연한 이유는 그 숫자의 무게를 제대로 모르기 때문입니다. 1억이라는 돈도 생각보다 멀고 10억은 그보다 훨씬 더 멀리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는 자주 그런 큰 숫자를 너무 쉽게 말하곤 하죠. 사실은 그 돈이 내게 얼마나 먼 거리인지 도달하려면 뭘 얼마나 해야 하는지 잘 모르면서 말입니다.
물론 꿈꾸는 걸 탓할 수는 없습니다. 저 역시도 ‘100억 자산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때가 있었어요. 하지만 꿈은 작아지는 게 아니라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난 뒤 ‘100억 벌겠다’고 말하는 대신 ‘나는 지금 이만큼 벌고 있으니까 몇 년 안에 이만큼 늘리고 싶다’는 식의 구체적인 수치를 넣은 계획이 필요했던 거죠.
예를 들어 1억이라는 돈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내 연봉 기준으로 그 돈을 모으려면 몇 년이 걸리는지 혹은 내게 필요한 생활비와 저축 가능성을 모두 계산해 보는 겁니다. 그렇게 숫자를 실제 내 삶 안에 끌어오면 갑자기 돈이 현실적으로 느껴지고 목표가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느낌으로 바뀌더라고요.
돈에 대한 감각이 생기면 오히려 꿈이 작아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을 정확히 알기 때문에 더 강력하고 실현 가능한 꿈을 세울 수 있는 거죠. 무작정 “건물주가 될 거야”가 아니라 “몇 년 안에 이 정도 자산을 만들고 이만큼 수익을 내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 나오기 시작하거든요. 그건 ‘포기’가 아니라 ‘진짜 준비’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숫자에 대한 감각은 태어날 때부터 누구에게나 있는 능력이 아니라 훈련을 통해 만들어지는 능력이라는 점입니다. 우리는 언어처럼 숫자도 배워야 합니다. 사실 인류 역사에서도 숫자를 사용하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하죠. 그러니 숫자에 약하다고 자책하지 마세요. 다만 내 삶에서 숫자를 외면하면 안 되는 이유는 분명히 있습니다. 숫자는 때때로 우리의 생각을 바로잡아 주고 우리 삶의 좌표를 정확히 찍어주는 역할을 하니까요.
오늘 하루는 숫자에 대해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내가 가진 수입 내가 바라는 미래 그리고 그 사이의 거리. 그 거리의 길이를 숫자로 계산해 보는 순간 우리는 단지 ‘꿈꾸는 사람’이 아니라 ‘계획하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나하나 실현해 나가는 사람이 결국 10억이든 100억이든 자신의 목표에 도달하게 되는 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