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하면 다 됩니다

by 오동근

매일 퇴근길에 ‘오늘은 집에 가서 꼭 책을 읽어야지’ 생각하면서도 집에 도착하면 소파에 몸을 던지고 휴대폰만 들여다봤습니다. 그때 제 머릿속에는 늘 비슷한 계산이 떠올랐습니다. “지금 시작해 봤자 몇 장이나 읽겠어? 하루 정도는 그냥 쉬자.” 그러다 보면 하루가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되더군요. 그러던 어느 날, 퇴근길 전철에서 한 “지옥은 머무는 곳이 아니라 지나가는 곳이다.”라는 글귀를 본 뒤 지금 내 삶이 작은 ‘지옥’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제가 거기서 빠져나오기 위해 한 발짝도 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었죠.


우리가 무언가를 시작하려고 할 때 가장 먼저 하는 건 ‘계산’입니다. 성공 확률이 얼마나 될까, 얼마나 오래 걸릴까, 얼마나 힘들까… 그런데 인생에서 중요한 변화들은 대부분 이런 계산을 비웃듯 찾아오더군요. 책을 읽기 시작했던 것도 글쓰기를 꾸준히 하게 된 것도 운동 습관이 생긴 것도 전부 ‘계산하지 않은 순간’에 시작됐습니다. 처음에는 단 10분만 해보자고 마음먹었죠. “이걸 한다고 뭐가 달라질까?”라는 회의감이 들었지만 어쩌면 그때 제가 가진 유일한 재능은 ‘나 자신을 믿어보기로 한 마음’이었습니다.


여기서 ‘믿음’이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닙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무시하는 버릇이 있었어요. “너는 꾸준히 못 할 거야, 이번에도 3일 안에 그만둘 거잖아.” 이런 말을 스스로에게 습관처럼 했습니다. 하지만 나를 믿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기에 일부러라도 제 편을 들어주기로 했습니다. 스스로를 다독이고 “그래, 오늘은 10분이면 돼. 네가 할 수 있어.”라고 말하며 행동했습니다. 힘이 안 날 땐 ‘5, 4, 3, 2, 1’ 카운트다운을 하고 몸을 일으켰습니다. 놀랍게도 이 단순한 습관 하나가 제 일상을 바꿔 놓았습니다. 책을 읽은 날이 쌓이자 글을 쓰는 날도 늘었습니다. 어느새 저는 “나는 꾸준히 못 한다”라는 자기 암시 대신 “나는 하면 하는 사람”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철학자 니체의 말처럼 지옥은 머무는 곳이 아닙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지옥에서 나가기 위해 필요한 ‘걸음 수’를 계산하다가 결국 아무 데도 가지 못합니다. 지옥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단 10분 책 읽기, 10분 운동하기, 10분 글쓰기. 이 작은 습관들이 모여 어느새 나를 전혀 다른 장소로 데려다줍니다. 그 길이 어디로 이어질지는 몰라도 멈춰 서 있는 것보다 훨씬 나은 길입니다.


저는 지금도 무언가를 시작할 때 여전히 불안합니다. 결과가 확실한 건 하나도 없죠. 하지만 이제는 그 불안을 안고도 움직입니다.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고 움직임은 계산이 아니라 믿음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 지금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도 계산만 하다가 미루고 있나요? 그 계산이 맞는지 틀린 지는 해본 뒤에 고민해도 늦지 않습니다. 완벽한 타이밍은 오지 않습니다. 완벽한 조건도 없습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나를 믿어 주세요. 스스로에게 “나는 할 수 있다”라고 말해 주세요. 그리고 10분만이라도 그 일을 해보세요. 운동이든, 책 읽기든, 글쓰기든 뭐든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그날 전철 안에서 니체의 문장을 읽고 제 작은 지옥에서 벗어나는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그리고 그 한 발이 제 인생을 조금씩 바꾸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오늘 그 첫 발을 내딛길 바랍니다. 그냥 해봅시다. 그게 여러분이 가진 최고의 재능을 꺼내는 시작이 될 테니까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독서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