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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먹고 살기 위한 수단일뿐일까?

매일이 수업, 영업이 가르쳐준 삶의 지혜

by 오동근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거나 폐를 끼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사무실에서 맡은 업무만 충실히 하면 되는 직업을 거쳐 왔고, 그런 방식이 편안하게 느껴졌습니다. 업무가 정해져 있고 일의 결과도 명확했기 때문에 제 역할을 다하고 나면 어느 정도 마음의 평화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영업’이라는 무게가 제 삶의 한가운데 덜컥 떨어졌습니다. 그 순간 마치 평소에 익숙하게 지내던 모든 것이 뒤집히는 느낌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늘 알던 길을 걷던 사람에게 이제는 알지 못한 길로 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습니다. 만날 사람들을 어떻게든 우연히 만난다 해도 그들과 무엇을 얘기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상대방이 어떤 사람일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전혀 알 수 없으니 불안감이 가득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은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발걸음이 무겁고 긴장되는 날들이 많습니다. 가끔은 내가 왜 이 길을 걷고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도 다행히 힘이 되어주는 동료가 있어 위안이 됩니다. ‘동료?’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가 사실 제게 일을 시키는 사람이라서 그렇습니다. 매일 오전 9시가 되면 오늘 방문해야 할 장소의 주소를 받으며 이런저런 오더를 받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왕이면 다른 영업도 시도해보라”거나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하라”는 정신적인 조언까지 듣고 나면 금세 첫 번째 방문지에 도착해 고객이 될지도 모를 낯선 사람을 만나러 갑니다.


영업은 모든 일의 기본이라고 하는데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요?

제 성격이 내성적이라서 그런 걸까요?

친구들과 있을 때는 이렇게까지 부담스럽지 않지만 사람들과 마주할 때마다 느껴지는 압박감이 큰 이유는 상대방에게 뭔가를 얻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겠지요.


어쩌면 고객이 될지도 모르는 낯선 사람을 설득해야 하고, 그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을 파악해야 하며, 모든 과정이 어떻게든 목표를 이루기 위한 여정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스트레스가 쌓입니다. 그 모든 과정이 내 머리 속에서 이미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몸이 그 길을 거부하려고 합니다. 마음 속에서는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라는 질문이 계속 떠오릅니다.


하지만 결국 해야 하는 일이죠. 저는 이 일을 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설령 결과가 바로바로 보이지 않더라도 매일이 조금씩 더 나아지는 과정임을 느낍니다. 때로는 그 과정 속에서 조금씩 더 자신감을 얻기도 하고 점차 영업이라는 일이 내 삶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오늘도 다시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언제쯤이면 이 일이 조금 더 편안하고 익숙해질 수 있을까요? 아니, 어쩌면 그것이 바로 이 길을 계속 가야 하는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 조금씩, 천천히 나아가야 하는 이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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