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 늦은 때는 없다

by 오동근

뭔가 새로운 걸 시작하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시계를 보니 애매한 시간이라 그냥 내일로 미룬 적,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으실 거예요. 저는 오후 3시쯤 되면 ‘벌써 3시네, 오늘은 그냥 정리하고 내일부터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는데요. 아쉽게도 그렇게 미룬 일은 대부분 끝내지 못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늦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핑계를 붙잡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사르트르의 『구토』에는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오후 세 시라는 시간은 무엇을 하기에 항상 너무 늦거나 너무 이른 시간이다.” 얼핏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입니다. 뭔가 시작하기엔 늦은 것 같고 다시 뭔가 집중하기엔 이른 것 같은 시간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이 문장을 읽으며 오히려 정반대의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시간의 본질을 오해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었죠.


생각해 보면 시간은 애초에 인간이 만들어낸 개념입니다.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누고 그 시간을 오전과 오후로 규정한 것도 인간이 편의를 위해 만든 장치일 뿐이죠. 그런데 우리는 그 인위적인 기준에 스스로를 묶어놓습니다. 오후 3시는 집중이 잘 안 되는 시간, 밤 12시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엔 부담스러운 시간, 새벽 5시는 아직 몸이 덜 깬 시간이라고 정해버리죠. 그러다 보니 실행해야 할 일들은 끝없이 뒤로 밀립니다. 하지만 조금만 관점을 바꾸면 그 어떤 시간도 시작하기에 완벽한 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운동을 시작할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퇴근 후 집에 들어오면 늘 피곤했고 ‘오늘은 너무 늦었어, 내일부터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하자’라며 운동화를 신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일 아침’은 오지 않더군요. 결국 몇 달을 미뤘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은 참을 수 없는 답답함이 몰려와 밤 11시에 집 앞 공원을 나갔습니다. 처음엔 조금 민망하기도 하고 금세 포기할 것 같았지만 막상 뛰고 나니 그 밤공기가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었습니다. 운동을 시작하는 데 늦은 시간, 이른 시간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경험했습니다.


이런 경험을 여러 번 반복하다 보니 한 가지 습관이 생겼습니다. ‘떠오르면 바로 시작하기’.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뭔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스칠 때, 그 순간을 붙잡지 않으면 금세 사라져 버린다는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실제로 심리학 연구에서도 어떤 행동을 미루면 그 일을 해낼 확률이 급격히 줄어든다고 합니다. 단 몇 분만 미뤄도 실행 가능성은 10% 이하로 떨어진다고 하죠.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은 ‘지금’ 시작하는 것입니다.


물론 여전히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해야지’라는 생각을 하지만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정말 늦은 걸까? 아니면 내가 변명거리를 찾고 있는 걸까?” 이 질문만 던져도 마음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실제로 늦어서 못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핑계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무언가를 시작하려면 적절한 시간과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런 조건을 지나치게 따지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중요한 건 ‘지금 시작했느냐 하지 않았느냐’입니다. 조건이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은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당장 해보는 사람은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갑니다.


저는 요즘 독서와 운동을 할 때 ‘질문 던지기’를 함께 활용합니다. 예를 들어 “내가 오늘 책을 조금이라도 읽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운동을 꾸준히 이어가려면 어떤 방법이 나에게 맞을까?”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거죠. 이런 질문을 던지는 순간 이미 제 뇌는 답을 찾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답을 찾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결국 중요한 건 작은 시작이고 그 시작은 지금 이 순간에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겁니다.


돌아보면 제 삶에서 가장 큰 변화를 만든 건 거창한 결심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떠오르면 시작한다’는 단순한 습관이었습니다.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나면 단 5분만이라도 읽기, 운동해야겠다는 마음이 들면 집 앞이라도 나가서 걷기, 글을 써야겠다고 느껴지면 메모장이라도 열어 몇 줄 적기. 그렇게 작게 시작하다 보니 습관이 되고, 습관이 쌓이면서 삶이 바뀌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시간이 아닙니다. 우리가 흔히 하는 ‘지금은 너무 늦었어’라는 말, ‘아직은 이르니까 내일부터 하자’라는 말은 전부 핑계입니다. 시간은 언제나 흘러가고 그 안에서 우리가 붙잡을 수 있는 순간은 지금뿐입니다.


오늘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무언가 떠오르셨나요? 하고 싶다는 생각이 스쳤나요? 그렇다면 지금 바로 시작해 보세요. 딱 5분만이라도 괜찮습니다. 그 작은 시작이 여러분을 성공의 길로 이끄는 첫걸음이 될 겁니다. ‘떠오르면 시작한다’는 단순한 습관, 그 습관 하나가 우리의 인생을 바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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