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나의 대결

by 오동근

평소에는 그냥 활자일 뿐이던 문장이 어느 순간 내 삶과 겹쳐지며 커다란 울림이 되는 순간을 경험하면 책을 쉽게 놓기 어렵죠. 저에게 그런 경험이 있었던 책이 바로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입니다. 책의 마지막 라스티냐크가 파리를 향해 외치는 장면, “이제부터 파리와 나와의 대결이야.” 이 말이 왜 그렇게 제 마음에 박혔을까요. 아마도 저 역시 삶을 살아가면서 맞닥뜨린 수많은 도전과 마주하고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때 저는 속으로 이렇게 외쳤습니다. “그래, 나도 서울과 나와의 대결이야. 아니, 세상과 나와의 대결이야.”


며칠 후 사르트르의 『구토』를 읽다가 뜻밖에도 같은 구절을 다시 마주하게 되었을 때 짜릿함을 느꼈습니다. 발자크를 읽은 사람만이 알아차릴 수 있는 인용이었기 때문입니다. 미리 알고 찾아 읽은 게 아니었기에 더 큰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책과 책이 이렇게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연결을 우연히 발견하는 경험은 독자에게 아주 특별한 선물을 안겨줍니다.


대부분 독서를 할 때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라는 고민부터 합니다. 고전 목록을 찾아서 하나하나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제 경험으로는 꼭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정해진 길이 아니라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자연스럽게 다음 책을 알려줄 때가 많습니다. 『구토』를 읽다가 『외제니 그랑데』가 계속 등장하는 걸 보고 자연스럽게 그 책을 찾아 읽고 싶어 졌습니다. 이미 한 번 읽었던 책이라 해도 새로운 맥락 속에서 다시 만나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독서의 길은 그렇게 계속 확장되어 갑니다.


독서를 “지식을 쌓는 도구”로만 생각하지만 그것만이 다는 아닙니다. 독서의 진짜 힘은 지식이 아니라 연결과 확장에 있습니다. 한 문장이 나를 멈추게 하고 또 다른 책이 나를 끌어당기며 결국 그 여정이 나를 조금 더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어주었죠. 저는 이 과정을 통해 독서는 결국 성장의 여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남들이 추천하는 책만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만 책은 누군가의 권장 목록이 아니라 내 마음이 끌리는 대로 읽을 때 비로소 진짜 의미가 생깁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런저런 추천 목록을 따라 읽은 적이 있었지만 진짜 감동은 언제나 우연히 만난 책 그리고 그 책이 소개해 준 또 다른 책에서 나왔습니다.


이제는 확신할 수 있습니다. 책은 단순한 종이 묶음이 아니라 나를 어디론가 데려다주는 ‘마법의 양탄자’라는 것을요. 저는 『구토』와 『고리오 영감』 그리고 『외제니 그랑데』를 통해 이 사실을 몸소 체험했습니다. 책이 책을 불러오고 연결이 또 다른 연결을 낳으면서 어느 순간 저는 전혀 예상치 못한 세계에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은 분명히 제가 한 단계 성장해 있는 자리였습니다.


여러분도 굳이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라는 질문에 매달리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금 손에 쥔 책이 이미 다음 책을 알려줄 겁니다. 중요한 건 남들이 권하는 책이 아니라 내가 끌리는 책을 믿고 읽어 나가는 겁니다. 그렇게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돌아봤을 때 여러분 스스로도 놀랄 만큼 달라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책은 때로는 선생님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우리를 이끌어 줍니다. 어떤 책은 인생의 방향을 제시하고 어떤 책은 또 다른 책으로 안내하면서 나를 더 큰 세계로 데려다 놓습니다. 저는 이 과정을 통해 독서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삶을 바꾸는 강력한 힘이라는 걸 믿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한번 경험해 보시길 바랍니다.


책 속에서 만난 한 문장이 여러분의 삶을 바꿀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순간 독서는 더 이상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이 될 겁니다. 결국 독서는 우리를 우리가 몰랐던 세계로 데려다 놓는 마법의 양탄자입니다. 그 여정을 믿고 올라타 보세요. 어느새 여러분은 더 단단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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