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뭐 했어요?

by 오동근


하루를 다 보내고 나서 누군가 “오늘 뭐 했어?”라고 물었을 때, 도무지 들려줄 이야기가 없었던 순간이 있습니다. 분명히 하루를 열심히 살았는데 정작 떠올릴 만한 게 휴대폰을 오래 본 것밖에 없는 날. 저는 그런 순간마다 “내가 이렇게 하루를 흘려보내도 괜찮은 걸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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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런 생각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 건 최근의 작은 경험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몇 달 전만 해도 저는 하루 대부분을 스마트폰에 쏟아붓는 사람이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뉴스와 SNS를 확인했고 퇴근 후에는 영상과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자정이 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도 하루 끝에 남는 건 거의 없었습니다. 기억에 남을 만한 순간이 없으니 누군가 “오늘 뭐 했냐”라고 물으면 대답할 말이 없었던 거죠.


그 이후로 저는 작은 도전을 시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예전 같으면 귀찮다고 치킨을 시켰겠지만 이제는 시장에 가서 재료를 사 와 조리법을 찾아보고 만들어 먹습니다. 처음에는 서툴고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완성된 음식을 맛보는 순간만큼은 뿌듯했습니다. 이건 단순히 끼니를 해결하는 일이 아니라 “오늘은 내가 이런 요리를 했다”라는 새로운 이야기가 되는 경험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미 있는 이야기는 큰 성취에서만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해외여행을 다녀온다든가 대단한 프로젝트를 완수한다든가 눈에 띄는 결과물이 있어야만 ‘이야깃거리’가 된다고 말이죠.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야기의 가치는 크기보다 진정성에 있습니다. 작은 변화라도 그 안에 나만의 경험과 깨달음이 담겨 있다면 충분히 남들에게 들려줄 만한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거창한 성취보다 일상의 소소한 경험이 더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때도 있지요.


돌아보면 제 삶에서 가장 공허했던 시기는 남들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없던 때였습니다. 휴대폰 화면 속에서 수많은 콘텐츠를 소비했지만 정작 제 인생에는 아무 흔적도 남지 않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작은 변화라도 직접 만들어간 하루는 저만의 이야기가 되고 그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 삶은 훨씬 풍요로워집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문학을 쓰고 있는 주인공입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특별한 성취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라 일상 속 사소한 경험에서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책을 읽은 하루, 도서관을 다녀온 하루, 사람들과 만난 하루, 혹은 새로운 요리를 시도한 하루. 이런 일들이 모여 결국 내 인생의 이야기를 이루는 것입니다.


혹시 오늘 하루, 누군가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없다고 느끼신다면 지금 당장 하나 만들어 보시길 권합니다. 아주 작은 행동이면 충분합니다. 내일 누군가 “어제 뭐 했어?”라고 물었을 때 가슴을 펴고 말할 수 있는 무언가를 남겨 보세요. 그 순간 여러분의 삶은 이미 문학의 한 장면이 되어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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