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존재하고 있기에 귀하다

by 오동근

주말 오후, 도서관 어린이 코너 옆에 앉아 있었습니다. 괜히 어린 시절 읽었던 책이 그리워져서 낯익은 표지가 보이자마자 빼 들었죠. 어린이용 명작 시리즈 중에 있던 『어린 왕자』와 『데미안』이었습니다. 사실 내용이 뚜렷하게 기억난 건 아니었어요. 오히려 희미하고 가물가물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시 펼쳐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그 책들이 제게 던져주었던 질문 때문이었을 겁니다.


책을 읽는 내내 줄거리보다 제 안에서 자꾸만 질문이 생겼습니다. “나는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을까?”,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나는 어떤 모습일까?”, “내가 중요한 건 무엇일까?” 어린 시절에는 그냥 예쁜 그림과 신비로운 이야기로만 읽었던 책이었는데 어른이 된 지금은 완전히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이해가 다 되는 건 아니었지만 이해되지 않는 대목조차 저에게는 오히려 오래 머무는 질문이 되었죠.


책장을 덮고 도서관 밖을 나오는데 가을 햇살에 비친 나무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나무는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해서 초록빛이 되는 게 아니더군요. 그냥 존재하다 보니 잎이 돋고 색이 짙어지는 겁니다. 태양도 마찬가지죠. 빛을 내야 한다고 결심하지 않았는데 그냥 빛나고 있었어요. 나도 뭔가를 해야만 가치 있는 존재가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 이미 의미가 있다.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어린 왕자』나 『데미안』 같은 책을 어려운 철학서로 여기거나 혹은 너무 동화적이라 단순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두 책은 사실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어린 왕자』에서는 “어른들은 숫자에만 관심이 많다”는 대목이 나오는데 저는 그 문장을 다시 읽으며 뜨끔했습니다. 회사에서, 학교에서, 심지어 일상 대화 속에서도 우리는 자꾸 얼마나 벌었는지, 몇 점을 받았는지, 몇 개를 해냈는지에만 집중합니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건 그 숫자 뒤에 있는 마음 아닐까요?


어느 날 야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버스 유리창에 비친 제 얼굴이 너무 지쳐 보였습니다. 그때 갑자기 『어린 왕자』 속 말이 떠올랐습니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샘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야.” 지쳐 있는 제 안에도 분명히 아직 꺼지지 않은 샘 같은 무언가가 있을 거라는 믿음이 들었죠. 그래서 그날은 억지로라도 작은 즐거움을 제게 선물하기 위해 좋아하는 빵집에 들러 맛있는 빵을 사서 집에 돌아왔습니다. 사소한 행동이었지만 제 삶을 다시 제 손에 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런 소소한 경험을 하면서 알게 된 건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정답을 얻기 위해서만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질문을 품는 과정에서 성숙해지는 겁니다. 『데미안』이 던진 “너만의 세계를 살아가라”는 말은 여전히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 문장을 마음에 걸어두고 하루를 살다 보면 작은 선택 하나에도 이게 정말 내 선택인가? 하고 묻게 됩니다. 이해가 완벽하지 않아도 질문을 안고 살아가는 그 자체가 이미 성장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결국 저는 이렇게 정리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유를 정답처럼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가?”라는 물음에 조금씩 성실히 답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남들이 보기에 대단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내가 내 마음을 다해 한 선택이라면 그건 이미 충분히 의미 있는 삶입니다.


여러분에게도 전하고 싶습니다. 책의 모든 내용을 다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그 속에서 질문 하나라도 마음에 남기는 겁니다. 그 질문이 언젠가 더 깊은 곳으로 데려다줄 테니까요. 오늘 하루 우리 존재가 이미 충분히 소중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거기에 작은 선택과 성장을 더해 보지 않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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