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읽은 책을 다시 펼친 적이 있나요? 저는 한 번 읽은 책은 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세상에 읽을 책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같은 걸 또 읽을 필요가 있을까 싶었죠. 그런데 어느 날 오래전에 읽었던 책 "인간의 대지"를 우연히 다시 꺼내 읽다가 마음이 묘하게 울렸습니다.
책은 한 번 읽을 때 끝나는 게 아니라 내가 달라질 때마다 새롭게 만나는 존재라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다시 읽기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당시의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였지만 점점 이유가 달라졌습니다. 다시 읽을 때마다 문장 속에 내가 바뀌어 있더라고요. 예전엔 이해 못 했던 문장이 이번엔 가슴을 찌르고 그때는 지나쳤던 한 구절이 이제는 나를 위로하듯 다가옵니다. 책이 변한 게 아니라 내가 변했기 때문이죠.
"인간의 대지"를 다시 읽던 중 이런 문장을 발견했습니다.
진리란 증명되는 것이 아니다. 단순화하는 것이다.
단순화한다는 말이 묘하게 제 안에서 울렸습니다. 요즘처럼 복잡한 세상에서 단순함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죠. 우리는 무언가를 증명하려 애쓰며 삽니다. 회사에서 능력을 증명하려 하고 관계 속에서는 진심을 증명하려 합니다. SNS에서는 행복을 증명하려고 하죠. 그런데 증명하려는 마음이 커질수록 오히려 본질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뉴턴의 이야기가 좋은 예입니다. 그는 사과가 떨어지는 현상과 태양이 떠오르는 현상을 각각 설명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 둘을 동시에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법칙을 만들어냈죠. 그것이 바로 만유인력의 법칙입니다. 그는 세상을 복잡하게 해석한 게 아니라 단순하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만든 것입니다. 진리는 그런 식으로 단순화 속에서 탄생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단순하게 산다는 말을 오해합니다. 무언가를 대충 하거나 생각 없이 흘러가는 걸로 여기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진짜 단순함은 포기가 아니라 정제의 과정입니다. 수많은 선택지를 보고도 그중 가장 본질적인 하나를 남기는 것 그것이 단순화의 진짜 의미입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우리는 너무 많은 설명을 붙입니다. 직업, 학력, 성격, 인간관계, 과거의 경험 등으로 나를 정의하려 하지만 그 모든 걸 걷어내고 나는 어떤 가치로 살아가고 싶은가에 집중하면 삶이 훨씬 명확해집니다. 저 역시 한때는 나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에 매달렸지만 지금은 나는 어떤 마음으로 일하는 사람 인가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 단순화의 전환이 제 인생의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바쁩니다. 효율과 속도를 중시하는 시대 속에서 다시 읽기나 단순화는 시대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빠른 세상일수록 단순함이 경쟁력이 됩니다.
진리란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단순화되는 것.
이 문장은 이제 제 인생의 나침반이 되었습니다. 무엇이 옳은가 보다 무엇이 본질인가에 집중하는 삶. 많은 책을 읽기보다 내 안에서 다시 읽히는 책을 곱씹는 삶.
다시 읽을수록 마음이 단단해지는 책 그리고 단순해질수록 더 깊어지는 인생. 그것이 우리가 진리에 조금 더 가까워지는 방법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