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안다

by 오동근

나 그거 알아!라는 말을 자주 하지 않나요?

친구가 요즘 핫하다는 재테크 이야기를 꺼낼 때, 회사 동료가 새로운 업무 방식을 제안할 때, 나도 모르게 그거 이미 아는 내용인데라며 속으로 선을 긋고 있진 않나요? 익숙한 지식의 울타리 안에서 안주하며 그 울타리 너머의 드넓은 세상을 보지 못했던 시절. 마치 작은 연못의 왕처럼, 제가 보는 세상이 전부라고 믿었던 거죠. 하지만 그 믿음이 얼마나 위험한 착각이었는지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커피를 내려 마시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원두의 종류부터 시작해서 그라인더의 분쇄도, 물의 온도까지 꿰고 있다고 자부했죠. 주변에서 누가 커피에 대해 물어보면 으레 전문가 행세를 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아주 작은 동네 카페에 들렀다가 인생 커피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제가 알던 상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전혀 새로운 맛과 향이었죠. 저는 그 맛의 비밀이 궁금해서 사장님께 조심스럽게 여쭤봤습니다. 제 질문에 사장님은 빙그레 웃으시며 의외의 대답을 들려주셨습니다. 비밀은 원두가 아니라 뜸 들이는 시간을 미세하게 조절하는 데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뜸 들이기는 당연히 안다고 생각했던 과정이었지만 그저 뜨거운 물을 붓고 30초 기다리기라는 공식으로만 기억했을 뿐 그 시간의 미세한 변화가 어떤 결과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지 깊이 탐구해 본 적이 없었던 겁니다.


그날의 경험은 제게 큰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제가 안다고 생각했던 것은 사실 지식의 껍데기에 불과했습니다. 그 앎에 대한 오만함이 더 깊은 탐구와 새로운 발견의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해 버린 것이죠. 마치 화가가 세상의 모든 색을 안다고 자부했지만 정작 그 색들을 어떻게 조합해서 무한한 색채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는 몰랐던 것과 같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배우고 성장할 기회의 문을 스스로 닫아버리는 건지도 모릅니다.


‘오만(傲慢)’이라는 한자를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거만할 ‘만(慢)’ 자에는 게으르다는 뜻이 숨어있습니다. 즉, 안다고 생각하며 더 이상 질문하지 않는 태도는 결국 지적인 게으름과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답을 찾기 위해 부지런히 생각하고 탐구하는 노력을 멈추는 순간 우리의 세상도 함께 멈춰버리고 맙니다.


세상은 놀라운 속도로 변하고 있습니다. 어제의 정답이 오늘은 오답이 되기도 하고 상상 속에만 존재하던 일들이 현실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지식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더 이상 배우려 하지 않는 아는 척하는 상태일 겁니다.


오늘 당신을 가두고 있던 안다는 생각의 벽에 작은 질문 하나를 던져보는 건 어떨까요? 내가 정말 이걸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 그 작은 질문이 당신의 멈춰 있던 세상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위대한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진정한 자유는 모든 것을 아는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용기에서 시작됩니다. 우리 안의 잠자고 있던 호기심을 깨워 끊임없이 질문하고 탐구할 때 비로소 우리는 세상에 끌려다니는 존재가 아닌 자신만의 세상을 지배하는 주체로 우뚝 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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