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돈 철학

by 오동근

"작년에 금을 샀는데 지금 두 배가 됐어.”

“요즘 부동산 다시 오른다던데 나도 대출 좀 끼고 들어가 볼까?”

누구나 이런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저는 솔직히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 한켠이 흔들리곤 했습니다. 나도 뭔가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함이 스멀스멀 올라오죠. 하지만 돈은 불안할수록 흔들리고 흔들릴수록 손에 남는 게 없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한때 남들이 하는 투자 이야기에 쉽게 휘둘렸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대학원 시절엔 ‘주식으로 한 방’ 노리는 친구가 부러웠고 사회 초년생 때는 부동산이 오를 때마다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닐까 하는 조급함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때의 불안은 남들이 잘된 게 아니라 내 안에 확실한 돈의 철학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지금 투자는 메인 메뉴가 아니라 사이드 메뉴라고 말합니다. 주업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이 메인이라면 투자는 인생의 반찬 같은 거죠.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반찬을 메인처럼 대한다는 겁니다. 투자 수익이 월급보다 많아야 성공한 거 아니야? 이런 생각은 겉보기에 멋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위험합니다.

20대 후반 어느 날 친구가 비트코인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때부터 제 눈앞엔 노력 없이 돈 버는 세상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퇴근 후 밤새 차트를 보며 이번엔 나도 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확신에 사로잡혔죠.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몇 주 만에 수익은 사라지고 남은 건 피로감과 허무함뿐이었습니다.


그 일을 겪고 나서야 돈을 대하는 태도에는 철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내 삶의 중심이 되는 주업이 있고 투자는 그 곁을 돕는 조력자여야 합니다. 저는 그 이후 나름의 원칙을 세웠습니다.

내가 하는 일에서 버는 돈이 전체 수입의 70% 투자로 얻는 수익은 30%를 넘기지 않는다.

이 비율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제 인생의 균형을 지켜주는 장치입니다.


왜냐하면 투자 수익이 커지면 어느 순간 내 본업이 하찮게 느껴지기 시작하거든요.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은 지루하고 내 일의 가치보다 시장의 움직임에 더 민감해집니다. 결국 주업에 대한 집중력은 떨어지고 삶의 방향도 흐려지죠. 그래서 저는 투자에 대한 욕심을 의도적으로 조절하기 시작했습니다. ‘투자에서 더 벌 수 있더라도 주업의 가치를 지키는 쪽을 택하자.’ 그렇게 마음을 먹자 이상하게도 제 일에서 느끼는 만족감이 훨씬 커졌습니다.


‘돈을 버는 능력보다 돈을 다루는 철학이 중요하다.’ 그래서 지금 저는 매달 투자 비율을 점검합니다. 주업에서 얼마를 벌었는지, 투자 수익이 어느 정도인지, 혹시 전체 소득에서 투자가 30%를 넘지 않았는지. 이건 단순한 계산이 아니라, 내 삶이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돈에 대한 철학은 한 번 정하면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다듬어야 한다는 겁니다. 저는 매달 경제 관련 책을 읽습니다. 단순히 주식, 부동산 정보가 아니라 인간의 욕망과 판단에 대한 책이죠. 책을 통해 돈의 본질, 시장의 흐름, 그리고 지금 나의 판단이 과연 합리적인가를 돌아보게 됩니다. 그렇게 공부하다 보면 어느 순간 알게 됩니다. 돈은 나를 위한 도구이지 내가 돈의 노예가 되어선 안 된다는 것.

결국 금융 공부의 목적은 돈을 많이 버는 법을 배우는 게 아니라 돈 때문에 흔들리지 않는 법을 배우는 데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돈을 벌기 위해 일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돈 때문에 일을 망치기도 합니다. 남의 투자 성공담에 흔들리면 내 일이 하찮게 느껴지고 결국 중심을 잃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게 바로 나만의 돈 철학입니다.

저는 제 철학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내 일을 통해 삶의 의미를 만들고 투자를 통해 안정과 여유를 더한다.”


돈은 분명 중요한 도구이지만 인생의 주인은 아닙니다. 세상은 언제나 지금 안 하면 늦는다는 말로 우리를 흔듭니다. 하지만 늦은 게 아니라 남의 속도에 맞추려 했던 게 문제였을 뿐입니다.

혹시 지금 누군가의 성공담을 듣고 마음이 조급해진다면 잠시 멈춰서 이렇게 물어보세요.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 “내가 정한 투자 비율은 나에게 맞는가?”

이 두 가지 질문에 명확히 답할 수 있다면 이미 당신은 돈의 철학을 세우고 있는 중입니다. 남들이 뭐라 하든 흔들리지 않는 삶 그게 진짜 부자입니다.


오늘 하루, 커피 한 잔 앞에 앉아 나만의 돈 철학을 써보세요.

숫자가 아니라, 내가 지키고 싶은 가치를 중심으로요.

그 철학이 결국, 당신의 삶을 가장 단단하게 지켜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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