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맛이 좋은 이유는 타인을 위한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by 오동근

어릴 적 주말이면 집 안 가득 퍼지던 된장찌개 냄새가 있었습니다. 그 냄새만 맡아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엄마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이제 다 됐다.”

그 말 한마디에 하루의 피로가 풀리곤 했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제가 자라서 똑같은 재료로 된장찌개를 끓여도 그 맛이 나지 않았습니다. 간을 맞추고 재료의 양도 똑같이 넣었지만 어딘가 밋밋했습니다. 도대체 ‘손맛’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정말 손에서 맛이 나는 걸까요 아니면 마음에서 나는 걸까요?


요리를 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엄마의 손맛은 대체 뭐지?라는 궁금증을 품습니다.

요즘은 유튜브나 레시피 앱 덕분에 누구나 똑같은 재료로 비슷한 음식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떤 사람의 음식은 유난히 따뜻하고 또 어떤 사람의 음식은 아무리 정교해도 어딘가 공허합니다. 그 차이는 어쩌면 기술이 아닌 에너지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분들이 손맛을 요리 실력으로 생각하십니다. “엄마는 간을 잘 맞춰서 그래.” “오랜 경험이 있으니까 그렇지.” 물론 그런 부분도 있겠지만 진짜 손맛의 본질은 의도에 있습니다.

‘이 음식을 먹는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조금이라도 힘이 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손끝을 통해 음식에 스며드는 것입니다. 이건 단순히 감성적인 표현이 아닙니다.


손맛은 기술의 숙련도가 아니라 의도의 방향에서 나옵니다. 내가 나를 위해 요리할 때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누군가를 위해 만들 때는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 미묘한 차이가 바로 음식의 맛을 바꾸는 힘이었습니다.


손맛은 유전이 아니라 마음의 훈련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엄마의 음식이 유난히 맛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요리 실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가족을 향한 애정이 그 속에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하루 종일 피곤하셔도 “이거라도 먹고 힘내라”는 마음으로 부엌에 서셨던 그 시간들이 손맛을 만든 것이지요.

그 사랑의 반복이 결국 ‘손맛’이라는 이름으로 완성된 것입니다.

그리고 손맛은 맨손으로만 만들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요즘은 위생을 위해 장갑을 끼고 요리하는 셰프들도 많지만 그들의 음식에도 분명 손맛이 있습니다.

손의 온도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의 방향입니다. 진심이 담긴다면, 손의 감촉 대신 마음의 온도가 전해집니다.

손맛이란 결국 태도와 마음의 표현인 것입니다.


손맛의 원리는 요리에서만 통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도 같은 이치가 숨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쓸 때도 그렇습니다. 마음 없이 적은 글은 아무리 문장이 완벽해도 감동이 없습니다.

하지만 진심을 담아 쓴 글은 문법이 조금 틀리더라도 마음을 움직입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일을 ‘처리’하는 사람과 누군가의 불편을 덜어주려는 마음으로 일하는 사람은 결과가 다릅니다.

전자는 효율적일 수 있지만 차갑고 후자는 따뜻함이 남습니다.


이제 저는 손맛을 단순히 요리의 영역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건 삶을 대하는 태도이자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따뜻한 에너지입니다. 무엇을 하든 그 일의 중심에 누군가를 위한 마음이 있다면 그것은 이미 손맛이 있는 삶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요리를 할 때만이 아니라, 커피를 내릴 때, 이메일을 보낼 때, 혹은 친구의 안부를 묻는 그 순간에도 이걸 통해 누군가가 조금이라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담겨 있다면 그 행동 하나하나가 손맛이 됩니다.


요리의 간이 조금 틀려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누구를 위해라는 마음입니다. 그 진심이 쌓여 결국 나만의 손맛 나만의 향기를 만들어 줍니다. 오늘 하루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만들어 보시길 바랍니다. 그것이 음식이든 말 한마디든 따뜻한 손맛이 담긴 당신의 에너지는 분명 누군가의 하루를 부드럽게 감싸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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