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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받지 못한 손님

매일이 수업, 영업이 가르쳐준 삶의 지혜

by 오동근

영업은 상대방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일입니다. 여러 자기 계발 서적과 성공한 영업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공통된 메시지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상대방을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진심으로 도와주면 그 결과(돈)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것입니다. 이를 모범답안이라고 여기며 현실에서 실천하려고 할 때 예상치 못한 장벽에 부딪힐 때가 많습니다. 특히 제가 하고 있는 화재 보험을 활용한 복구공사 영업에서는 이 격차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화재로 재산을 잃고 삶의 터전을 복구해야 하는 고객들에게 내가 가진 보험 지식과 복구 경험은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그들이 내 도움을 반갑게 받아들여야 할 상황이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고객들은 대부분 내가 설명을 시작하기도 전에 냉담하거나 이야기를 듣고도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이는 단순히 사람들의 무관심 때문이 아니라 현장에서 제가 무엇인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부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영업에서 흔히 범하는 실수 중 하나는 고객의 입장에서 충분히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고객의 입장에서 화재 사고는 단순히 재산 손실이 아니라 심리적 충격과 불안을 동반한 큰 사건입니다. 이 시점에 고객은 무엇보다 안정감을 원할텐데 초대받지 않은 영업인의 방문은 오히려 그들의 불안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내가 도움을 주고자 한다는 진심은 전하지 못한 채 그들에게는 "이익을 취하려는 사람"으로 비칠 위험이 있습니다. 또한 화재 피해를 본 고객은 상황의 긴급함과 복잡함 속에서 스스로 우선순위를 정하고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아 저의 방문은 그들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큽니다. 만약 필요하다면 이미 익숙한 방식인 가까운 지인의 추천을 통해 도움을 받는 것이 더 신뢰할 만한 선택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영업은 관계를 쌓는 과정이며 관계를 쌓기 위해서는 고객이 나를 신뢰할 수 있는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내가 가진 지식을 나열하거나 서비스를 홍보하는 방식은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신뢰라는 것은 갑작스러운 방문이나 한 번의 대화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쌓아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하는 일이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 끊임없이 되새기고 그 가치를 내 업무의 중심에 둘 때 결국 초대받지 못한 손님으로서의 영업인은 고객과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존재감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내가 놓친 부분을 발견하고 이를 보완하는 과정은 어렵고 시간이 걸리겠죠. 물론 이렇게 글로 쓰는 것은 쉽지만 실제 해보니 행동은 더더욱 어렵습니다. 하지만 진심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고객은 언젠가 나를 반갑게 맞이할 것입니다. 영업이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쌓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깨달음이랄까요, 숙제랄까요, 하루의 소회로 끝으로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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