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다스리면 인생이 달라진다

by 오동근

운전을 하다가 누군가 갑자기 끼어들면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저도 예전엔 그럴 때마다 가슴속에 화산이 올라오는 듯했어요. 아니, 내가 이렇게 줄 서서 왔는데 감히 끼어들어?라는 생각이 번개처럼 스쳤죠. 그 짧은 순간 저는 제 하루의 기분을 스스로 망쳐버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그렇게 화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몸은 긴장되고 기분은 나빠지고 이상하게 하루가 피곤했어요. 아무 일도 없었을 때보다 훨씬 더 에너지가 빠져나간 느낌이었죠. 그 후로 저는 스스로에게 약속했습니다.

오늘은, 화를 내지 말자.

처음엔 잘 안 됐어요. 오늘은 참자라고 다짐하고 나서도 누군가 경적을 울리거나 갑자기 끼어들면 바로 감정이 튀어나왔죠. 하지만 신기하게도 몇 번 연습하다 보니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감정이 올라올 때 잠깐 숨을 고르고 저 사람도 급한 일이 있겠지라고 생각하면 이상하게 마음이 가라앉더라고요. 그날은 신기하게도 퇴근 후에도 피곤하지 않았습니다.


사람에게는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정신 에너지가 있습니다. 이건 의지력, 집중력, 감정조절력 같은 걸 모두 포함한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예요. 마치 휴대폰 배터리처럼 아침에 100%로 시작하지만 일을 하고, 대화하고, 생각할수록 조금씩 줄어듭니다. 문제는 화가 이 배터리를 순식간에 50% 이상 깎아버린다는 거예요. 분노는 굉장히 강한 감정이라서 뇌가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거든요. 화를 내면 심장이 빨리 뛰고 근육이 긴장하고 뇌는 즉시 싸울 준비를 합니다. 하지만 싸움이 끝나고 나면 그만큼 회복도 느려지죠. 그러니 화를 낸 날은 괜히 몸이 피곤하고 책을 읽을 힘도 없고 SNS만 들여다보게 되는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합니다. 화를 참으면 병 되는 거 아니야?

맞는 말이에요. 억누른 감정은 언젠가 다른 방식으로 터져 나오니까요. 하지만 제가 말하는 건 참는 것이 아닙니다. 안 내는 것이에요. 참는다는 건 마음속에서 이미 화가 난 상태예요. 폭발 직전의 감정을 간신히 눌러놓은 거죠. 하지만 안 낸다는 건 아예 다른 출발선에 있습니다. 화가 올라오기 전에 생각의 방향을 바꾸는 겁니다. 누군가 무례하게 말을 했을 때 저 사람 왜 저래?라고 생각하면 바로 화가 나지만 저 사람도 요즘 스트레스가 많나 보다고 바꾸면 감정의 흐름이 달라져요. 이건 억누르는 게 아니라 시선을 전환하는 것이에요.


화를 내지 않으면 손해 보는 것 같지만 사실은 정반대입니다. 화를 참는 게 아니라 조절하는 힘을 기르는 순간 삶의 질이 눈에 띄게 바뀝니다. 일단 마음이 편해지고 집중력이 오래갑니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부드러워지죠. 무엇보다도 에너지가 남습니다. 이건 정말 체감이 돼요. 예전엔 하루가 끝나면 머리가 지끈거리고 아무것도 하기 싫었는데 요즘은 책도 읽히고 글도 써집니다. 저는 이걸 분노 절약 효과라고 부릅니다. 화를 덜 내면 그만큼 내 안의 자원이 남는 거예요.


사람들은 종종 분노도 표현해야 건강하다고 말하지만 그건 절반만 맞는 말이에요. 표현의 목적이 단순한 감정 배출이라면 오히려 더 피로해집니다. 대신 감정을 인식하고 방향을 바꾸는 것 그게 진짜 건강한 분노 관리예요.


하루 중 누구나 한두 번쯤은 화가 날 일이 생깁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이렇게 연습합니다.

아, 내 에너지를 지켜야지. 이 한마디가 신기하게 마음의 방향을 바꿔줍니다.

감정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지만 반응은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 선택 하나가 오늘 하루의 질을 바꾸고 그 하루가 모여 인생이 됩니다.

어쩌면 화를 내지 않는 하루는 완벽한 사람이 되겠다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지키겠다는 다짐일지도 모릅니다. 내 안의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더 나은 곳에 쓰기 위해서요.


우리가 화를 내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세상이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생각해 보면 세상이 내 뜻대로 될 리가 없습니다. 바뀌어야 하는 건 세상이 아니라 ‘내 반응’이에요.

오늘 하루만이라도 이렇게 해보세요. 누군가 불친절하게 굴더라도 운전 중 누가 끼어들더라도 저 사람도 사정이 있겠지라고 생각해 보세요. 그 한마디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겁니다.

결국 화를 내지 않는다는 건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현명하게 나를 지키는 방법이에요.

오늘 하루만이라도 그 연습을 해보세요.

아마 퇴근할 때쯤 신기하게도 피곤이 덜하고 마음이 조금은 더 단단해져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하루가 쌓이면 화를 안 내는 게 이렇게 나를 편하게 만드는 일이었구나를 깨닫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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