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밤, 샤워를 마치고 널브러져 있다가 갑자기 인생 계획을 바꾸고 싶었던 적 있지 않나요? 어떤 날은 “내일 바로 헬스 끊어야지!” 하고 결심했다가 아침에 눈 뜨면 다시 마음이 식어버리는 경험도 있고요. 제 지인 중 한 명은 밤 11시에 갑자기 방을 싹 뒤집어 배치를 바꿨는데 다음 날 출근하려고 일어나 보니 왜 그랬는지 본인도 이해가 안 돼서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았다고 하더군요. 그 얘기를 들으면서 ‘아, 우리 모두 밤이 되면 뇌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밤에는 다 좋아 보였던 선택이 아침에 보면 도무지 납득이 안 되는 경험, 누구나 갖고 있을 겁니다.
많은 사람이 “밤이 조용해서 생각이 더 잘 정리된다”라고 말하지만 사실 이건 절반만 맞는 말입니다. 밤 시간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기에는 좋을 수 있지만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엔 오해와 착각이 개입하기 쉬운 시간대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뇌는 하루 종일 사람을 만나고 일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이미 피로가 쌓인 상태거든요. 피곤한 뇌는 선택을 좀 더 쉽게, 좀 더 ‘대충’ 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밤에 하는 결심은 대체로 감정과 분위기의 영향을 더 강하게 받습니다.
밤에 수집한 감정과 의견은 나쁘지 않지만 최종 결론은 아침에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는 사실이죠. 아침에는 어제의 감정이 가라앉아 있고 뇌의 에너지 상태가 회복되어 있기 때문에 보다 차분하고 균형 잡힌 판단이 가능합니다. 그렇다고 아침에 결정하면 무조건 맞다는 건 아닙니다. 아침이라고 해서 실수 없는 완벽한 판단이 나오는 게 아니거든요. 중요한 건 시간대 자체가 아니라, 에너지가 회복된 상태에서 감정보다 사실을 우선해 생각할 여유가 생긴다는 데 있습니다. 즉, 아침이 주는 힘은 ‘냉정함’이 아니라 ‘정돈된 마음’이라고 해야 맞습니다.
또 하나, 남에게 조언을 많이 들으면 좋은 결정이 나온다는 생각입니다. 의견을 모으는 건 도움이 되지만 결정은 결국 각자의 삶의 조건과 책임을 기준으로 내려야 합니다. 많은 주변 조언이 오히려 혼란을 키울 때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밤에 사람들 얘기를 듣고 아침에 나 혼자 조용히 판단하는 걸 더 선호합니다. 주변의 온도와 분위기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내 기준’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결정과 선택을 아침으로 미룬다는 건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습관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저에게는 제 삶을 안정적으로 이끄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었습니다. 밤에는 감정이 커지고, 즉흥적이고, 때로는 허황되기 쉬운 판단이 나옵니다. 하지만 아침은 다릅니다. 어제의 감정이 가라앉은 자리 생각이 또렷해진 자리에서 비로소 선택이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도 한 가지 질문을 남기고 싶습니다.
어젯밤에 내렸던 결심, 오늘 아침의 나에게도 여전히 수긍가능 한가요?
만약 아침의 여러분이 고개를 갸웃한다면 그 결정은 조금 더 시간을 들여도 좋을 것입니다. 반대로, 아침에도 같은 생각이 든다면 그건 이미 충분히 다져진 선택입니다. 결국 우리의 삶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지만 아침에 내린 결정이 모여 방향을 바꿀 수는 있습니다.
오늘 아침, 여러분의 선택이 더 단단한 하루를 열어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