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그런 것은 없다

by 오동근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나, 도대체 왜 이렇게 안 바뀌지?”

분명 새벽에 멋진 각오와 함께 하루를 시작했는데 오후쯤 되면 어느새 그 다짐이 흐릿해져 버리는 날들. 성격은 타고나는 거라고, 사람은 쉽게 안 변한다고, 애초에 못 고치는 부분이 있다고 믿어왔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그 믿음 자체가 제 변화의 가능성을 막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어릴 적 저는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 막히는 아이였어요. 학급에서 책 읽는 순서가 제 차례로 다가올 때마다 손바닥엔 땀이 차오르고 얼굴이 붉어지는 걸 스스로도 느낄 정도였죠. 친구들은 제 성격을 ‘조용하고 소심한 애’로 기억했고 저 역시 그게 제 본모습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도 그 성격은 여전히 따라다녔어요. 발표가 있는 날이면 하루 종일 긴장했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이런 성격 때문에 더 큰 어려움이 생길까 걱정도 컸습니다. “사람은 안 변한다”는 말에 저도 모르게 스스로를 끼워 맞추고 있었던 거죠.

그러다 스무 살 초반의 어느 날, 서점에서 우연히 하나의 책을 발견했어요. 정확히 말하면 ‘발견했다’기보다 ‘책 제목이 저를 붙잡았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아요. 제목은 배짱으로 삽시다. 지금 보면 단순한 문장일 수도 있지만 그 당시의 제 모습과 고민에 너무 정확히 꽂히는 말이었어요.

변화는 조용하게 찾아오는 게 아니라 어떤 순간엔 번개처럼 한 번에 찾아오기도 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사람은 천천히, 조금씩 바뀌는 거다.’, ‘타고난 성격이라는 게 있고,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는 못 변한다.’

, ‘꾸준히 노력하지 못하는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다.’ 이 말들 얼핏 들으면 그럴싸해요. 하지만 저는 확신합니다. 사람은 충분히 한 번에 변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한 번에는 하루아침에 습관이 바뀌거나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뜻은 아니에요. 단단하게 굳어 있던 ‘자기 인식’ 즉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다”라는 믿음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을 말하는 겁니다.


“왜 나는 이렇게 눈치를 보지?”, “왜 사람들 앞에만 서면 몸이 굳을까?”, “정말 나는 절대 변할 수 없는 사람일까?”

책 속 문장들이 이런 질문에 명확한 답을 주지는 않았지만 중요한 건 제가 제 자신에게 다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 질문을 던졌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변화의 시작이었습니다.

사람이 변하지 않는 이유는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에요.

대부분은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하는 말들에 갇혀 있기 때문이에요.


이 말들은 사실 진실이 아니라 습관적인 자기 설명일 뿐입니다.

하지만 제가 그 설명을 의심하는 순간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순간 행동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발표가 두렵던 저는 오히려 사람들 앞에 나가 말하는 걸 스스로 연습했습니다. 실패할까 걱정하던 저는 조금 모자라도 일단 해보자는 태도를 갖기 시작했어요.


저는 지금도 누군가 “사람은 안 변해”라고 말하면 조용히 고개를 젓습니다. 제가 이미 그 말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변하지 못하는 이유는 변화의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라는 오래된 문장을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문장은 언제든 바꿀 수 있어요.

그 순간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책 한 권, 누군가의 말 한 줄, 어떤 사건의 작은 충격, 아주 사소한 깨달음이 될 수도 있죠.


중요한 건 단 하나입니다.

“나는 정말 못 변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변화할 수 있다는 걸 내가 모르는 걸까?”

이 질문을 진심으로 던지는 순간 이미 변화는 절반 이상 이뤄진 겁니다.

저는 한 권의 책으로 삶의 방향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여러분도 분명 그 한순간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그 순간은 언제나 생각보다 가깝고 늘 조용한 얼굴로 찾아오지만 한 번 열리면 인생 전체가 다른 색으로 바뀌는 문이라는 걸 저는 믿습니다.


혹은 이 글이 그 문을 여는 작은 손잡이가 될지도 모르죠. 어떤 모습이든, 어떤 성향이든 여러분은 분명 변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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