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잠들기 직전, 불을 끄고 베개에 머리를 묻는 순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요즘 왜 이렇게 마음이 편해졌지? 예전 같았으면 잠들기 전 머릿속이 각종 걱정으로 폭주하던 시기였거든요. 그때는 ‘이 일 망하면 어떡하지’, ‘내일 실수하면 또 스트레스받겠지’ 같은 생각이 줄줄이 떠올라서, 잠자리가 오히려 하루 중 가장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고요. 불안 대신 묘하게 따뜻하고 기대되는 장면들이 먼저 떠오르고, 그게 은근히 하루를 버티는 힘이 되곤 합니다. 그러다 오늘 아침, 이 변화가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다시 곰곰이 떠올려 보게 됐습니다.
처음부터 긍정적인 상상을 잘한 건 아니었습니다. 예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평가 시즌이 다가오면 저는 늘 익숙한 걱정 루틴에 빠지곤 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 결과가 별로였는데 혹시 잘리면 어떡하지?”, “앞으로 어떤 커리어를 만들어가야 하지?” 같은 생각이 끊임없이 따라다녔습니다. 그러다 보니 상상이라는 것도 자연스럽게 불안 위주로 흘러갔습니다. 일어날 수도 있고 안 일어날 수도 있는 온갖 부정적 상황들을 미리 그려놓고 스스로 지쳐버리는 식이었죠. 잠드는 순간까지 그 흐름을 막을 수 없던 날도 많았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의 상상들은 나를 지켜주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를 해결해 주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마음을 더 축 처지게 했던 습관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그렇게 불안한 상상만 반복하는 게 너무 지친다는 생각이 들어 반대로 좋은 상상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실행해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억지로 웃어보려는 사람이 입꼬리만 올려놓은 것처럼 어색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이 과정이 금방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그렇게 바뀌기 시작한 데에는 한 가지 계기가 있었는데 바로 독서였습니다. 꾸준히 책을 읽다 보니 글 속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경험, 태도, 시선이 저한테도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되고 ‘이런 삶도 가능하구나’ 하는 상상이 슬며시 열린 거죠. 이렇게 열린 상상은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긍정적인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자기 전 시간을 조금 특별하게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눈을 감은 뒤 스스로에게 작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내일 이렇게 흘러가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머릿속에서 작은 장면들이 재생되곤 했습니다. 일상이 조금 더 부드럽게 흘러가는 모습,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자연스럽게 해내는 모습, 그리고 그것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모습까지. 단순한 꿈같지만 이상하게도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지고 하루를 든든하게 버텨낼 기운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렇게 여러 번 그려왔던 장면 중 많은 부분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아주 크게 벌어지는 일은 아니더라도 소소하게나마 ‘어? 이거 예전에 상상한 그 그림이네?’ 싶은 순간들이 찾아왔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경험이 하나 있습니다. 출퇴근길 버스에서 눈을 감고 “나중에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하고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그때는 그저 단순한 공상이라고만 느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상상이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방향이 됐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때 그 장면이 구체적이어서 어떤 선택을 할 때에도 그 그림과 가까운 쪽을 향해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옮기게 된 거예요. 마치 머릿속에 작은 나침반이 생긴 것처럼요. 사람들은 상상을 허황된 것이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제 경험상 상상은 생각보다 실질적이고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긍정적인 상상을 하는 게 늘 쉽지만은 않습니다. 억지로 하려 하면 어색하기도 하고 마음이 무거운 날에는 부정적인 생각이 자연스럽게 먼저 떠오르기도 하죠. 그런 날이 아직 많습니다. 그런데도 예전과 달라진 점이 하나는 이제는 그 상상이 나를 끌어내리는 방향으로 가기 전에 스스로 다른 장면을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겁니다. 그 작은 전환이 불안을 줄여주고 하루의 무게를 가볍게 만드는 데 정말 큰 영향을 줍니다. 특히 잠자기 전의 상상은 다음 날의 감정 흐름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아서 저는 요즘 그 시간을 의도적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로 채우려고 노력합니다. 실제로 해보면 핸드폰을 보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을 때가 많아요. 무엇보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스스로에게 기대되는 감정이 피어나는 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여러분께 하나 권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오늘 밤, 혹은 이동 중에 잠깐 눈을 감고 가벼운 상상을 해보세요. 뭔가 위험 부담 있는 목표를 설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조금 더 따뜻한 하루”, “조금 더 건강한 감정”, “조금 더 행복한 나”를 그려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처음에는 어색해도 금방 자연스러워질 거예요. 그리고 어느 순간 그 상상이 여러분의 일상을 바꿔놓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될 겁니다. 저는 그 변화가 분명히 일어난 사람이고 여러분에게도 그 변화가 찾아올 거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