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

by 오동근

책을 읽다 보면 나의 현실과 매칭이 되지 않아 공감이 안 되는 상황이 있습니다.

유명하다는 고전 소설을 펼쳐 들면 문장은 아름다운데 공감이 잘 안 되고 위대한 작품이라 불리는 책들이 왜 그렇게 대단한지 솔직히 잘 모르겠더라고요.


세계 명작이나 고전은 어렵고, 지루하고, 시험이나 교양을 위해 억지로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읽어보면 명작들은 단 한 번도 너는 누구냐라고 직접 묻지 않습니다. 대신 아주 교묘한 방식으로 우리를 그 질문 앞으로 데려다 놓습니다.

등장인물의 선택 앞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멈춥니다.

“나라면 저렇게 했을까?”, “저 상황에서 나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이 질문이 시작되는 순간, 독서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책 속 인물의 감정에 이입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스스로에게 묻지 않았던 생각들이 하나씩 떠오릅니다. 나도 몰랐던 나의 기준, 가치관, 욕심, 두려움 같은 것들이요.


저는 최근에 고전 소설을 읽다가 예상치 못한 장면에서 책을 덮은 적이 있습니다. 주인공의 선택이 너무 답답해서였죠.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답답함의 정체는 바로 제 모습이었습니다. 비슷한 상황에서 늘 미루고, 피해 가고, 안전한 쪽을 선택해 왔던 제 태도가 그대로 드러난 거죠. 이 책이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이유, 나를 공격해서가 아니라 정직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사람들은 좀 더 똑똑해지기 위해, 좀 더 현명해지기 위해 독서를 하지만 명작 독서의 진짜 힘은 솔직해지는 데 있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상황에서 흔들리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만듭니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나면 줄거리보다 “내가 이런 사람이었구나”라는 감정이 더 오래 남습니다.


저는 예전엔 책을 빨리 읽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많이 읽어야 의미가 있다고 믿었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한 장을 읽어도, 한 인물의 선택 앞에서 오래 머뭅니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 상상해 보고 과거의 내 선택들을 떠올려봅니다. 그렇게 책은 어느새 나를 평가하는 대상이 아니라 나와 대화를 나누는 친구가 됩니다.


독서의 목적을 조금만 바꿔보면 어떨까요?

이 책이 무엇을 말하는지가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에 집중해 보는 겁니다. 그러면 명작은 더 이상 어렵고 멀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한 질문을 조용히 건네는 존재가 됩니다.


책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그동안 바쁘다는 이유로 미뤄뒀던 ‘나와의 대화’를 다시 시작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렇게 읽은 한 권의 책은 열 권의 얕은 독서보다 훨씬 깊은 흔적을 남깁니다.


오늘 밤, 책을 펼치게 된다면 이렇게 한번 읽어보세요.

“책 속 등장인물이 아니라 내가 지금 여기 있다면?”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독서는 전혀 다른 경험이 됩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우리가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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