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앞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 사이에 서 본 적 있으신가요? 출근 시간은 빠듯하지만 이상하게 그 줄에서 벗어나기 싫어 가만히 서 있게 됩니다. 바로 옆에 계단이 있는데도 말이죠. 굳이 힘들게 계단을 오를 필요 있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사람이 너무 많아 어쩔 수 없이 계단을 선택했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숨이 조금 찼고, 다리는 살짝 무거웠지만 이상하게 마음은 가벼웠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자꾸만 이런 질문을 하게 됐습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작은 불편함을 피하려고만 할까?
작은 고통은 생각보다 별것 아닙니다. 계단 몇 층 오르는 것, 찬물로 얼굴을 씻는 것, 아침에 10분 일찍 일어나 책 몇 쪽을 읽는 것. 그 순간에는 살짝 귀찮고 불편하지만 그 고통이 하루를 망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하루의 방향을 바꿉니다. 작은 고통을 선택하는 삶은 스스로를 괴롭히는 거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입니다. 작은 고통을 선택하는 사람은 큰 고통을 피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운동을 미루다 한 번에 건강을 잃는 고통, 아무 준비 없이 시간을 흘려보낸 뒤 느끼는 후회, 관계를 방치하다 멀어져 버린 사람을 떠올리며 느끼는 상실감. 이런 것들이야말로 우리가 정말 두려워해야 할 큰 고통입니다. 문제는 그 고통이 올 때까지 우리는 대부분 눈치채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저도 예전엔 ‘꾸준함’이라는 단어를 참 부담스러워했습니다. 매일 같은 걸 한다는 게 너무 지루하고 답답하게 느껴졌거든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주 사소한 약속 하나를 스스로에게 해보기로 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딱 한 페이지라도 책을 읽는 것. 처음에는 솔직히 별로 재미없었습니다. 졸렸고, 머릿속에 글이 잘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자 신기하게도 아침이 달라졌습니다. 하루를 이미 해낸 상태로 시작하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 작은 고통이 어느새 저를 지탱해 주는 힘이 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동기부여가 생기면 행동이 바뀐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행동이 먼저 바뀌어야 마음이 따라옵니다. 작은 고통을 선택하는 행동은 나는 나를 돌볼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신호를 스스로에게 보내는 일입니다. 그 신호가 반복되면 자신감이 되고 자신감은 삶의 태도를 바꿉니다. 그래서 작은 고통은 결코 사소하지 않습니다. 인생의 방향을 미세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바꿉니다.
혹시 요즘 유난히 지치고 무기력하다면 너무 큰 목표부터 세우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오늘 하나만 선택해 보세요.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핸드폰 대신 잠깐의 독서, 미루던 일을 5분만 해보는 것. 그 작은 선택이 당장은 별 의미 없어 보여도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그건 미래의 나를 돕는 행동입니다.
결국 삶은 극적인 결단보다 사소한 선택의 반복으로 만들어집니다. 우리는 매일 크고 작은 갈림길 앞에 서 있습니다. 그때마다 조금 불편한 쪽을 선택해 보는 것 그 용기가 인생을 단단하게 만듭니다. 오늘의 작은 고통이 내일의 큰 고통을 막아줄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믿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믿음 덕분에 오늘도 계단 앞에서 잠깐 멈춰 서서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이 정도 고통쯤이야, 내가 감당할 수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