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마지막 아침, 알람보다 먼저 눈이 떠졌습니다. 유난히 조용한 새벽이었고, 창밖은 아직 어둠이 남아 있었죠.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새해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냥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는 걸까?”
아마 많은 분들이 비슷한 질문을 마음속에 품고 있을 겁니다. 매년 연말이 되면 다짐은 넘치지만 막상 새해가 시작되면 똑같은 일상에 다시 묻혀버리는 경험 말이죠.
얼마 전 우연히 본 한 영상에서 무대에 오르기 직전, 한 사람이 혼잣말처럼 이렇게 말하더군요. “재밌겠다, 재밌겠다.” 보통 우리는 중요한 순간 앞에서 “잘해야지”, “실수하면 안 되는데” 같은 말을 먼저 떠올립니다. 그런데 그는 달랐습니다. 떨림 대신 기대, 긴장 대신 여유가 느껴졌습니다. 그 짧은 말 한마디가 제 가슴을 묘하게 건드렸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재밌겠다는 말은 아무 준비 없이 나오는 말이 아니더군요. 그 말 뒤에는 보이지 않는 시간들이 쌓여 있습니다. 연습, 실패, 다시 도전했던 순간들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신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때 우리는 늘 삶을 방어합니다. 잘해야 하고 넘어지지 말아야 하고 뒤처지면 안 된다고 스스로를 몰아붙이죠. 반대로 준비가 되어 있으면 삶을 맞서 싸우지 않습니다. 그저 즐깁니다.
삶은 원래 힘들고 버티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일이 몰려오면 “또 시작이네”라는 말이 먼저 튀어나왔고 새로운 한 해는 늘 부담으로 다가왔지만 삶이 나에게 덮쳐오는 느낌이 들 때는 사실 내가 내 삶의 방향타를 놓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새해를 맞이한다고 표현합니다. 마치 문밖에서 새해가 들어오기라도 하는 것처럼요. 하지만 관점을 조금만 바꿔보면 어떨까요. 해는 밖에서 오는 게 아니라 내 안에서 뜬다고 생각해 보는 겁니다. 내가 깨어 있는 한, 내가 살아 있는 한, 이 우주는 나를 중심으로 존재합니다. 이 생각을 받아들이는 순간 삶은 훨씬 주체적으로 변합니다. 더 이상 상황에 끌려다니지 않고 내가 삶을 만들어 간다는 감각이 생기니까요.
이런 말이 마치 “긍정적으로 생각만 하면 다 잘 된다”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그건 반쪽짜리 이해입니다. ‘재밌겠다’라는 말은 아무 근거 없는 자기 암시가 아닙니다. 그 말의 진짜 힘은 노력과 준비 위에 올라타는 데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즐거울 거라고 말하는 건 자기기만에 가깝습니다. 반대로 매일 조금씩 쌓아온 사람에게 ‘재밌겠다’는 말은 현실적인 선언에 가깝습니다.
2026년을 떠올리면 예전 같았으면 막연한 걱정이 먼저 앞섰을 겁니다. 경제는 불안하고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나만 뒤처지는 것 같다는 생각 말이죠.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재밌겠다”라는 말이 먼저 떠오릅니다. 잘 될 거라는 근거 없는 낙관이 아니라 내가 이미 해오고 있는 노력과 방향에 대한 신뢰에서 나오는 기대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도 비슷한 마음을 가진 분들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매년 다짐은 하지만 늘 같은 자리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 같아 답답한 분들 말이죠. 그런 분들께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삶을 통제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대신 나를 먼저 통제해 보세요. 아침에 어떤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하는지, 어떤 말로 스스로를 대하는지부터요.
2026년은 특별한 해가 아니라 특별하게 대할 때 특별해질 해입니다. 삶이 나에게 무언가를 던져주길 기다리는 대신 내 안에서 먼저 에너지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하루에 한 번쯤 아무도 듣지 않아도 괜찮으니 이렇게 말해보세요.
“그래, 재밌겠다.”
그 말 한마디가 생각보다 큰 방향 전환이 되어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