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키워드: 자발적 고통

by 오동근

새해 첫날 아침, 알람이 울렸을 때 어떤 생각이 먼저 들었나요?

“오늘은 좀 더 자도 되지 않을까”, “내일부터 해도 되잖아” 같은 마음이 스쳤다면 아마 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저 역시 새해가 되면 늘 다짐은 거창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흐지부지된 경험이 수없이 많았습니다. 독서, 운동, 공부. 머리로는 다 아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았죠. 그래서 한동안은 ‘나는 왜 이렇게 의지가 약할까’라는 자책 속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피하려고만 했던 그 ‘힘듦’이 사실은 삶을 살게 만드는 연료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질문이 바로 2026년을 관통하는 생각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스트레스는 몸에 안 좋아”, “편하게 살아야지”,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 있어?”

이 말들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닙니다. 문제는 우리가 스트레스와 고통을 전부 같은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경험해 보니 진짜 사람을 무너뜨리는 건 ‘바쁨’이나 ‘노력’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목적 없이 흘려보낸 하루, 해야 할 일을 미루며 보내는 그 무료함이 훨씬 더 사람을 갉아먹었습니다. 몸은 편한데 마음은 점점 무거워지고 이유 없이 우울해지는 날들. 아마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겁니다.


반대로 스스로 선택해서 했던 일들은 어땠을까요?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 책을 읽고, 귀찮아도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고, 괜히 피곤할까 봐 미뤘던 공부를 시작했을 때. 분명 힘은 들었지만 이상하게도 하루가 끝날 때 남는 감정은 피로가 아니라 만족감이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자발적’이라는 단어입니다. 누군가 시켜서 하는 고통은 스트레스가 되지만 내가 선택한 고통은 긴장감이 되고 그 긴장감은 삶을 살아 있게 만듭니다. 독서도, 운동도,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하기 전까지는 귀찮고 부담스럽지만, 막상 하고 나면 나태함 대신 에너지가 남습니다.


우리는 스트레스를 과대평가하고 지루함을 과소평가합니다.

야근이나 공부는 힘들다고 생각하면서도 아무 생각 없이 스마트폰을 붙잡고 몇 시간을 보내는 건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어떤 쪽이 더 허무한지 분명해집니다.

저는 한동안 “편하게 살자”를 목표로 삼았던 적이 있습니다. 최대한 무리하지 않고, 굳이 애쓰지 않고,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면 행복해질 거라 믿었습니다.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하루는 빨리 가는데 인생은 제자리걸음 같았고 스스로에 대한 실망은 점점 커졌습니다. 그때 편안함이 계속되면 행복이 아니라 무기력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요.


자발적으로 선택한 고통은 우리를 성장시키지만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상태는 우리를 서서히 마비시킵니다. 그래서 저는 2026년의 키워드를 ‘자발적 고통’으로 마음속에 새겼습니다. 매일 독서를 하고, 몸을 움직이고, 배움을 멈추지 않는 것. 이건 고행이 아니라 제 삶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느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도 이런 분들이 계실 겁니다. “해야 하는 건 많은데, 도무지 시작이 안 돼요.”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말고, 자발적으로 하나만 고르자고 제안드리고 싶습니다.


오늘은 10쪽만 읽어도 되고, 10분만 걸어도 됩니다.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 선택입니다. 내가 내 삶에 참여하고 있다는 감각 그 감각이 쌓이면 어느 순간부터 무료함이 사라집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삶은 조금씩 재미있어집니다.


자발적 고통은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원하는 삶, 우리가 꿈꾸는 모습으로 가는 길에서 반드시 필요한 통과의례에 가깝습니다.


편안함만 좇다 보면 남는 건 공허함이지만 스스로 선택한 불편함 끝에는 성장과 자존감이 남습니다.

2026년, 저는 더 이상 지루한 하루를 살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일부러 조금 불편한 선택을 합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오늘 하루 단 하나의 ‘자발적 고통’을 골라보면 어떨까요? 그 선택이 생각보다 여러분의 하루를, 그리고 인생을 훨씬 살아 있게 만들어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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