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퇴근하던 평범한 저녁이었어요. 집에 가는 길인데도 발걸음이 이상하게 무거웠습니다. 남들 보기엔 괜찮은 선택을 하고 무난한 삶을 살고 있었는데 마음 한쪽에서 계속해서 작은 소리가 들렸어요. 이 방향이 정말 내가 가야 할 길이 맞아?
이상한 건 그 질문이 들릴수록 더 불안해졌다는 점입니다. 답이 없으니까요. 사람들은 흔히 말합니다. “확신이 들면 움직여라.” 그런데 정말 중요한 순간일수록 확신은 잘 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불안과 방황이 먼저 찾아옵니다.
방황하면 길을 잘못 든 거라 착각하지만 경험해 보니 꼭 그렇지는 않더군요. 오히려 방황은 내가 아무 방향 없이 떠다니고 있지 않다는 증거였습니다.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기 때문에 비교도 되고 불안도 생기는 거죠.
저 역시 어떤 선택을 할 때마다 마음이 편한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 앞에서 제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을 때도 늘 불안했어요. “괜히 시작한 거 아니야?”, “나보다 잘하는 사람 너무 많은데?” 이런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공통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불안했던 선택들만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때 편안함만 따라갔다면 지금의 저는 아마 훨씬 안전했겠지만 훨씬 답답해져 있을 겁니다.
사람들은 흔히 말합니다. “그냥 해보면 되지.” 이 말이 틀린 건 아닌데 너무 가볍게 들릴 때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시작이 두려운 사람들은 대체로 생각이 많은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책임을 느끼고 결과를 고민하고 실패했을 때를 상상하는 사람들이죠.
저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출발선 앞에서 오래 서 있었습니다. 준비가 덜 된 것 같고 아직 더 배워야 할 것 같고 지금은 타이밍이 아닌 것 같다는 이유로요. 하지만 완벽한 준비 상태란 오지 않는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준비가 끝나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시작하면서 준비가 되는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신기한 건, 막상 시작하고 나면 생각보다 괜찮다는 겁니다. 물론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시작 전의 두려움’보다는 ‘시작 후의 피로’가 훨씬 건강합니다. 전자는 사람을 멈추게 만들고 후자는 사람을 성장시키거든요.
제 경험상 확신은 늘 들쭉날쭉했습니다. 어떤 날은 “이 길이 맞아”라는 믿음이 가득했다가도 다음 날이면 “이게 뭐 하는 짓이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계속 걸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확신이 없어도 멈추지 않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확신은 목표가 아닙니다. 오히려 계속 나아간 사람에게 따라오는 보너스에 가깝습니다.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보게 되고 그때 비로소 말하게 됩니다. “아, 이 방향이었구나.”
여러분이 혹시 불안하다면 방황하고 있다면 그래서 스스로를 못난 사람처럼 느끼고 있다면 꼭 이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 상태는 실패가 아니라 과정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흘러가는 사람은 방황하지 않습니다. 방향이 있는 사람만이 흔들립니다. 그러니 지금의 불안은 당신이 진지하게 삶을 대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완벽한 답을 찾으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멈추지만 않으면 결국 옳은 방향으로 가게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아주 느려도 괜찮고, 중간에 의심이 들어도 괜찮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한 발짝씩만 나아가면 됩니다.
오늘도 “이 길이 맞나?”라는 질문이 들린다면, 이렇게 답해 주세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는 계속 가본다.”
그 선택 하나면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