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나면 읽겠다는 말이 독서를 가장 멀어지게 했다

by 오동근

“조금만 여유 생기면 책 좀 읽어야지.”

이 말을 저는 정말 수없이 했습니다. 바쁜 일이 끝나면,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주말이 되면, 휴가 때는 꼭 읽어야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여유’가 찾아오면 책은 손에 잘 잡히지 않습니다. 소파에 눕게 되고, 핸드폰을 켜게 되고, ‘오늘은 쉬어도 되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혹시 이 모습, 낯설지 않으신가요?


많은 사람들이 독서를 ‘여유의 산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많아야, 마음이 편해야, 조건이 좋아야 가능한 일이라고요. 하지만 제 경험은 정반대였습니다. 책을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진하게 읽었던 순간은 이상하게도 가장 바쁘고 정신없던 시기였습니다.


출근 준비에 쫓기고, 퇴근하면 이미 녹초가 되어버리는 날들. 그때 저는 독서를 포기한 상태였습니다. “지금은 너무 바빠서 어쩔 수 없어”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면죄부처럼 주면서요.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시간이 없어서 못 읽는 걸까, 아니면 읽지 않기로 선택한 걸까?’


곰곰이 하루를 돌아보니 자투리 시간뿐이었고 이를 활용하려면 불편하고 의지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새벽에 20분만 일찍 일어나 책을 읽어보자고 결심을 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고통스러웠습니다. 알람이 울릴 때마다 이불속에서 수없이 흔들렸고 ‘오늘 하루쯤은 괜찮잖아’라는 유혹도 강했습니다. 하지만 그 20분을 버텨서 책을 펼치면 묘하게도 마음이 단단해졌습니다. 하루를 끌려가는 느낌이 아니라 내가 하루를 선택하고 있다는 감각이 생겼습니다.


시간이 없을 때 억지로 만들어낸 독서 시간은 다릅니다. 그 시간은 스스로에게 하는 약속이고 약간의 고통을 감수한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 집중하게 되고 더 깊이 읽게 됩니다. 저는 출퇴근 이동 중, 누군가를 기다리는 10분, 집에 바로 들어가기 전 도서관에 들러 보낸 20분 속에서 오히려 책과 더 가까워졌습니다.

독서는 편안해서 하는 일이 아니라 지금보다 나아지고 싶어서 하는 일이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독서를 못 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스스로를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같은 이유로 책을 미룹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여유가 먼저 생기고 독서가 따라오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반대로 독서를 선택하는 순간 삶의 태도가 조금씩 달라집니다.


아침에 조금 더 일찍 일어나는 불편함, 피곤한 몸으로 몇 페이지를 넘기는 수고로움. 그건 분명 작은 고통입니다. 하지만 그 고통은 나를 깎아내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나를 키워줍니다. 그렇게 쌓인 시간은 “나는 나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믿음으로 돌아옵니다.


혹시 지금도 “언젠가 시간 나면 읽어야지”라고 생각하고 계신다면 그 언젠가는 오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대신 오늘, 단 10분이라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꾸준하지 않아도 됩니다. 중요한 건 여유를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선택해 보는 경험입니다.


책은 여유로운 사람만의 취미가 아닙니다.

바쁜 와중에도 성장하고 싶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작은 고통입니다.

그리고 그 고통은 생각보다 따뜻한 보상으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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