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면 해야 할 일들은 늘 비슷한데 마음속에서는 자꾸만 질문이 생깁니다.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하루를 또 살아내면서도 이 시간이 정말 나아가는 과정인지 아니면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도 비슷한 마음을 가진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히 살아가고 있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사는 게 맞나?”라는 생각을 품고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 말입니다.
우리는 흔히 성공하면 안심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실패하면 모든 게 끝난 것처럼 느낍니다. 하지만 가만히 돌아보면 성공 이후에도 삶은 계속되고 실패 이후에도 하루는 어김없이 시작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결과에 의미를 과도하게 부여합니다. 성공했을 때는 스스로를 과대평가하고 실패했을 때는 자신을 쓸모없는 사람처럼 몰아붙이곤 합니다. 이 극단적인 감정의 오르내림이 사실은 우리를 가장 지치게 만드는 요소라는 걸 저는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예전에 큰 기대를 걸었던 일이 잘 풀리지 않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일 하나에 제 자신 전체를 걸어버린 탓에 결과가 나오자 마음이 크게 무너졌습니다. 실패 자체보다 더 힘들었던 건 ‘이제 나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자격이 없는 사람 아닐까’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실패를 두려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실패 그 자체가 아니라 실패가 자신을 규정해 버릴까 봐 두려운 거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돌아보니 그때의 실패는 제 삶에서 하나의 장면일 뿐이었습니다. 인생 전체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 경험 덕분에 제 속도를 다시 점검하게 됐고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 중요한 건 이 결과가 아니라 내가 멈추지 않는 거구나.”
나아간다는 건 반드시 극적인 변화나 눈에 띄는 성과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어제보다 아주 조금 덜 포기한 하루 주저앉고 싶은 순간에 한 걸음만 더 내딛는 선택 그것도 분명히 나아가는 일입니다. 결과가 불확실해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면 이상하게 마음이 살아나는 순간이 옵니다. 잘될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다시 가고 있다는 감각. 그 감각이 삶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되어줍니다.
그래서 요즘은 성공과 실패를 예전만큼 크게 나누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둘 다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성공했다고 해서 자만하지 않고 실패했다고 해서 모든 걸 부정하지 않으려 애씁니다. 중요한 건 오늘의 내가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나아가고 있는지 혹은 적어도 멈춰 서지는 않았는지 돌아보는 일입니다.
계속 나아간다는 건 결국 용기의 문제입니다. 대단한 용기가 아니라 다시 시도해 보겠다는 아주 소소한 용기 말입니다. 그 용기는 설렘과 함께 옵니다.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다시 한번 해보겠다고 마음먹는 순간에 생기는 작은 두근거림. 저는 그 감정이야말로 아직 삶이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크고 작은 실패와 마주하고 있을 겁니다. 혹은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불안한 과정 한가운데에 서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성공해도 끝이 아니고 실패해도 끝이 아니라는 사실. 끝이 아닌 이상 우리는 언제든 다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속도가 느려도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건 방향을 잃지 않고 오늘 하루를 다시 살아보겠다고 마음먹는 일입니다. 그렇게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지금의 이 시간이 ‘의미 없는 방황’이 아니라 ‘필요했던 과정’이었다는 걸 알게 되지 않을까요.
오늘도 멈추지 않고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