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밀도 입니다

by 오동근

저는 꽤 오랫동안 숫자에 속아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조회수, 방문자 수 같은 숫자들이 커야 의미가 있고 작으면 아직 멀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고객 1명이 250명이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 기준이 완전히 흔들렸습니다. 그때 떠오른 것은 마케팅이나 비즈니스 전략이 아니라 제가 그동안 사람을 얼마나 작게 바라보며 살아왔는지에 대한 부끄러움이었습니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가 떠오릅니다. 하루 방문자가 10명, 20명일 때 저는 괜히 글을 지우기도 하고 방향을 바꾸기도 하며 ‘이걸 누가 보긴 할까?’라는 생각을 수없이 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 10명이 사실은 2,500명이었을지도 모르는데 저는 그 가능성을 전혀 보지 못했습니다. 아니, 보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숫자가 작다는 이유로 반응이 적다는 이유로 제 스스로의 에너지를 먼저 줄여버렸습니다.


1:250 법칙은 단순한 영업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한 사람이 평균적으로 250명과 관계를 맺고 산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한 사람에게 제가 어떤 감정을 남기느냐였습니다. 무심하게 던진 한 마디, 대충 쓴 한 문장이 250명의 세계로 번져갈 수도 있고 반대로 진심을 담은 작은 행동 하나가 또 다른 250명의 삶을 조금 밝게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모든 만남이 가볍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종종 “영향력이 없다”고 말합니다. 팔로워가 없어서 성과가 없어서 말입니다. 하지만 영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영향력을 너무 작게 계산하고 있었던 것뿐입니다. 한 사람에게 정성스럽게 답장을 보내는 일, 한 편의 글을 대충 쓰지 않고 끝까지 다듬는 일, 그 사람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일. 이런 사소한 행동들이 이미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자주 잊고 지냅니다.


우리는 자꾸 규모를 먼저 생각합니다. 언제 1만 명이 될지, 언제 10만 명이 될지 말입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규모가 아니라 밀도였습니다. 한 사람을 얼마나 진심으로 대하느냐 그 사람에게 어떤 에너지를 건네느냐가 더 중요했습니다. 이 부분을 놓치면 숫자가 아무리 커져도 마음은 공허해집니다. 반대로 한 사람을 250명처럼 대하는 태도를 갖는 순간 아직 숫자가 작아도 이미 큰 일을 하고 있는 셈이 됩니다.


요즘 저는 글을 쓸 때마다 마음속으로 곱하기 250을 해봅니다. 이 문장을 읽는 한 분이 또 다른 250명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상상해 보면 자연스럽게 문장이 조심스러워지고 태도도 달라집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렇게 쓴 글이 더 오래 남고 더 멀리 전해집니다.


결국 이 법칙은 성공 공식이 아니라 삶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숫자로 보지 않는 연습, 관계를 결과가 아니라 과정으로 바라보는 연습, 그리고 아직 만나지 않은 250명을 존중하는 마음. 이 마음을 지니는 순간 우리는 이미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됩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에너지는 거창한 곳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오늘 제가 만난 바로 그 한 분에게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그 지점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