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렇게까지 애썼는데, 왜 기억에 남는 건 거의 없지?
시험에 붙었던 순간, 프로젝트가 잘 끝났던 날, 누군가에게 인정받았던 장면들. 분명 그 순간에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는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감정은 희미해지고 장면은 흐릿해집니다. 그런데 반대로 아무도 몰라줬던 시간들, 새벽에 혼자 끙끙대던 순간, 괜히 불안해서 노트북을 덮었다가 다시 열던 그 과정들은 이상하게 또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결과가 중요하다”라고 말합니다.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 성과가 났느냐, 안 났느냐. 그런데 정작 우리의 삶을 돌아보면 결과는 생각보다 금방 사라집니다.
칭찬도, 상처도, 기쁨도, 좌절도… 모두 오래 붙잡고 있지 못합니다.
제가 예전에 어떤 일에 꽤 오랜 시간을 쏟아부은 적이 있습니다. 밤을 새우고, 주말을 반납하고, 이번엔 꼭 잘돼야 한다는 마음으로 버텼던 시간이었죠. 결과는 솔직히 말하면 평범했습니다. 대단한 성공도, 완벽한 실패도 아니었어요. 그때는 허탈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이상하게도 결과보다 그 시간을 버텨냈던 제 모습이 더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서툴렀고, 불안했고, 많이 흔들렸지만 분명히 지금의 나를 만들었습니다. 그 과정이 없었다면 지금의 생각도, 지금의 태도도 없었을 거예요.
결과가 좋지 않으면 과정까지 전부 무의미했다고 생각해 버리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결과는 하나의 점일 뿐이고 과정은 길입니다. 점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그 길 전체가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저도 실패한 선택들이 꽤 많습니다. 돌아보면 왜 그렇게까지 애썼나 싶을 만큼 허무한 결과로 끝난 일들도 있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때 쌓인 경험들이 이후의 선택에서 저를 덜 흔들리게 해 주었습니다. 실패의 감정은 사라졌지만 그 과정을 통해 생긴 감각은 남아 있었습니다. 이게 바로 과정이 가진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요즘 저는 일부러 현재의 시간을 붙잡아 보려고 합니다. 완성되지 않아도, 아직 결과가 없어도, 지금 이 순간이 언젠가 가장 오래 남을 기억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요. 혼자 앉아 글을 쓰는 시간, 아무도 보지 않는 새벽의 루틴, 남들이 보기엔 별것 없는 하루. 이런 순간들이 쌓여서 언젠가 “그때 참 잘 버텼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장면이 되겠죠.
결과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지만 과정은 우리가 살아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결과보다 과정을 더 믿어보려 합니다. 잘 되고 있는지보다 성실하게 지나고 있는지를 묻는 쪽으로요.
결국 삶에서 오래 남는 건 결과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하루를 통과했는지입니다. 결과는 잠깐이고 과정은 오래 남습니다. 만약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눈에 띄는 성과가 없어 불안하다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도 좋겠습니다. “나는 지금, 내 인생에 남을 시간을 살고 있다.”
그 말 하나만으로도 오늘의 과정은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