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속도로 살아가기

by 오동근

우리는 이렇게 믿습니다. 조금만 더 참고, 조금만 더 벌고, 조금만 더 버티면 언젠가는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요. 지금은 바쁘고 힘들어도 이 시기만 지나면 한결 편해질 거라고 스스로를 설득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언젠가’를 향해 가는 동안 집과 차, 생활비, 책임과 기대치가 함께 따라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사치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어느새 당연한 기준이 되어 있고 그 기준을 유지하기 위해 다시 오늘을 희생하고 있었습니다.


기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메일, 메신저, 스마트폰은 분명 시간을 절약해 줍니다. 예전 같으면 며칠 걸릴 일을 몇 분 만에 끝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만큼 우리는 더 빠른 답장을 요구받고 더 즉각적인 반응을 기대받습니다. 시간이 남아서 편해진 것이 아니라 삶의 속도 자체가 빨라진 셈입니다. 저도 모르게 늘 조급해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불안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쯤에서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자기만의 속도로 산다’는 말이 곧 현실을 외면하거나 욕심을 버리라는 뜻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돈을 벌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더 나은 환경을 원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중요한 건 기준입니다. 남들이 정해놓은 속도와 기준을 그대로 가져와 내 삶에 대입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저 역시 제 삶을 돌아보며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바쁜가, 이 바쁨은 정말 내가 선택한 것인가. 그리고 이 속도가 과연 나에게 맞는 속도인가. 그 질문 앞에서 처음에는 답이 쉽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남과 비교하며 설정한 목표는 끝이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누군가를 따라잡으면 또 다른 누군가가 앞서 있고 그 사이에서 나는 계속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조금 다른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하루의 속도를 의식적으로 늦춰보는 연습 그리고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해보는 연습입니다. 더 많이 가지지 않아도 더 빨리 가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지만 그만큼 큰 해방감을 줍니다. 남들이 정한 성공의 정의가 아니라 내 삶이 편안해지는 기준을 다시 세우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삶은 누가 더 빨리 가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의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가 같은 속도로 달릴 필요도 없고 같은 지점을 목표로 할 필요도 없습니다. 나에게 맞는 시간 나에게 맞는 기준을 찾는 것. 어쩌면 그게 우리가 그렇게 바쁘게 달려오며 놓쳐왔던 가장 중요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하루만큼은 조금 느리게 걸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그 속도에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분명히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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