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낯선 천국보다 익숙한 지옥을 좋아한다.” 문장을 처음에는 다소 과장된 표현처럼 느껴졌습니다. 누가 일부러 지옥을 선택하겠습니까. 그런데 제 일상을 차분히 돌아보니 그 말이 딱 제 이야기였습니다. 책을 읽으면 분명 제게 좋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마음이 정리되고, 생각이 깊어지며, 제 삶이 조금은 더 단단해지는 느낌도 받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자주 책 대신 휴대폰을 선택해 왔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익숙했기 때문입니다. 노력하지 않아도 되고 집중하지 않아도 되며 실패할 위험도 없는 쪽으로 제 뇌는 늘 저를 이끌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습관은 결국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하십니다. 마음만 먹으면 결심만 하면 충분히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보니 그것은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구조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운동선수가 새로운 자세를 익힐 때 혼자서 연습하지 않는 것처럼 습관 역시 혼자서는 바꾸기 어렵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마음과 몸이 쉽게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더 강한 의지가 아니라 옆에서 방향을 잡아 주는 존재였습니다.
저에게 그 역할을 해준 것은 아주 사소한 루틴이었습니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책 이야기를 접하고 누군가와 함께 읽고 있다는 감각을 느끼는 일이었습니다. 대단한 독서량도 아니었고 하루를 송두리째 바꿀 만큼 거창한 변화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다’라는 느낌은 생각보다 큰 힘이 되었습니다. 혼자였다면 쉽게 포기했을 날에도 이상하게 책장을 한 장 더 넘기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집중도 잘되지 않았고 머릿속은 온갖 잡생각으로 가득했습니다. 로켓이 이륙할 때 대부분의 연료를 쓰듯 습관의 시작 구간은 유독 힘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변화가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책을 찾게 되는 날이 늘어났습니다. 휴대폰을 덜 보겠다고 다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손이 책으로 향했습니다. 습관은 어느 날 갑자기 바뀌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지점을 넘는 순간 스스로 굴러가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 지점까지 가는 길에 코칭과 격려 함께하는 리듬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독서는 시간 많고 집중력 좋은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 하지만 제가 경험한 독서는 전혀 달랐습니다. 한 달에 한 권이면 충분했고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잘 읽는 것’이 아니라 ‘계속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낯선 천국은 처음에는 불편하지만 그 불편함을 지나고 나면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지점이 분명히 찾아옵니다.
지금도 저는 여전히 흔들립니다. 가끔은 다시 익숙한 지옥 쪽으로 기울어지기도 합니다. 다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기준점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라는 감각 누군가와 함께 트레이닝하고 있다는 느낌이 저를 다시 제 자리로 데려옵니다.
결국 삶의 변화는 거창한 결심에서 시작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주 작은 루틴 함께할 수 있는 구조 그리고 익숙한 지옥에서 저를 살짝 밀어주는 존재에서 시작됩니다. 만약 지금도 바꾸고 싶은 습관 앞에서 스스로를 탓하고 계신다면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의지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아직 나만의 트레이너를 만나지 못하신 것일지도 모른다고요. 그리고 그 트레이너는 꼭 사람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책 한 권, 아침의 짧은 시간, 작은 공동체일 수도 있습니다. 낯선 천국은 생각보다 멀지 않습니다. 함께 이륙할 준비만 되어 있다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