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머릿속이 복잡해질 때가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정작 무엇부터 손대야 할지는 잘 모르겠고 좋은 생각이 스쳐 지나간 것 같다가도 금세 사라져 버립니다. 생각은 분명히 했는데 왜 삶은 그대로일까요?
뻔한 이야기이지만 실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변화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생각을 생각으로만 두지 말고 밖으로 꺼내야 한다는 말을 다시 곱씹게 됐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저라는 사람은 꽤 오랫동안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계획과 다짐이 오갔지만 그것들이 실제 행동이나 결과로 이어진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흔히 글쓰기를 특별한 사람들의 영역이라고 오해합니다. 작가나 강연가 혹은 책을 낼 사람만 글을 쓴다고 생각하죠. 글을 쓴다는 건 잘 써야 하는 일이고 정리된 생각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바쁘다는 이유로 글쓰기를 자꾸 미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순서가 거꾸로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생각이 정리돼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을 쓰면서 생각이 정리된다는 사실을요.
어느 순간부터 아주 사소한 것부터 적기 시작했습니다. 거창한 문장이 아니라 오늘 유독 마음에 남은 문장 하나, 책을 읽다가 멈춰 서게 만든 문단 하나, 혹은 요즘 반복해서 떠오르는 고민한 줄 정도였습니다. 처음엔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지만 신기하게도 글로 꺼내놓은 생각은 머릿속에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막연했던 불안은 문장이 되면서 구체적인 문제로 바뀌었고 희미했던 목표는 글자 위에 놓이자 현실적인 계획처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만 잘하면 언젠가는 되겠지’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건 절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생각은 씨앗이고 글쓰기는 그 씨앗을 흙 위로 꺼내 심는 일에 가깝습니다. 꺼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반대로 서툴게라도 꺼내놓으면 그때부터 비로소 손을 뻗어 다듬을 수 있습니다.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최소한의 형태가 생기는 셈이죠.
글쓰기가 꼭 노트북 앞에서 거창하게 이뤄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손에 익은 펜과 작은 메모지가 더 도움이 될 때가 많았습니다. 생각이 복잡할수록 키보드보다 펜이 저를 더 솔직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종이에 적는 순간 머릿속에서는 그럴듯했지만 실제로는 허술했던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걸러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생각을 꺼낸다’는 게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스스로를 정직하게 마주하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결국 글쓰기는 잘 쓰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살아가기 위한 도구라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을 머릿속에만 두고 살기에는 우리의 하루가 너무 빠르고 복잡합니다. 꺼내지 않은 생각은 쉽게 사라지고 남는 건 늘 비슷한 후회뿐이었습니다. 반대로 서툴게라도 적어둔 생각은 시간이 지나 다시 꺼내 볼 수 있고 그때의 나를 이해하는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오늘도 여전히 저는 완벽하지 않은 문장을 씁니다. 다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더 이상 생각을 머릿속에만 가두어 두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생각을 꺼내는 순간 비로소 삶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변화는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펜을 드는 아주 작은 행동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