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하니깐 좋아진다

by 오동근

오늘은 정말 꼭 필요한 연락 말고는 휴대폰을 보지 말자.

신기하게도 휴대폰을 내려놓자 시간이 남기 시작하더군요. 특히 밥을 먹고 난 뒤 배가 부를 때가 가장 애매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켰을 텐데 그날은 손이 갈 곳이 없으니 책을 펼쳤습니다. 솔직히 기대는 없었어요. ‘배부를 때는 책이 안 읽히잖아’라는 생각이 너무 당연했거든요.


그런데 그건 제가 오래도록 믿어온 착각이었습니다. 책은 생각보다 잘 읽혔고 문장은 머릿속에 또렷이 들어왔습니다. 그 순간 문득 우리가 휴대폰을 좋아해서 보는 걸까 아니면 자주 봐서 좋아진 걸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많은 사람들이 “나는 책이 체질에 안 맞아”, “집중이 안 돼”라고 말하지만 어쩌면 책이 싫은 게 아니라 책을 자주 하지 않았을 뿐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대부분 좋아야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운동도 독서도 글쓰기도 마찬가지죠. 좋아지면 시작하겠다는 말은 사실 시작하지 않겠다는 말과 비슷합니다. 반대로 휴대폰은 어떨까요. 처음부터 그렇게 재밌었을까요? 아닙니다. 반복적으로 보다 보니 익숙해지고 뇌가 그 자극에 길들여진 거죠. 그래서 배가 부를 때도 잠깐 쉴 때도 아무 생각 없이 손이 가는 겁니다.


하루 동안 휴대폰을 거의 보지 않았던 그날 밤, 저는 묘한 만족감을 느꼈습니다. 엄청난 성취를 이룬 것도 아닌데 마음이 덜 비어 있었습니다. 멍한 피로 대신 차분한 충만함이 남아 있었죠. 휴대폰을 보며 쉬는 게 휴식이라고 생각하지만 몇 시간을 보고 나면 그게 진짜 휴식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머리는 더 무거워지고 마음이 공허해진달까요.


결국 중요한 건 의지나 결심이 아니라 빈자리였습니다. 휴대폰을 덜 보는 대신 무엇을 둘 것인가. 그 자리에 책이든, 생각이든, 메모든 하나만 놓아도 하루의 질은 달라집니다. 좋아서 자주 하는 게 아니라 자주 하니까 좋아진다는 말이 그제야 실감이 났습니다. 이번 주에 하루만이라도 정말 하루만 휴대폰 없이 살아보면 어떨까요. 아마 생각보다 버틸 만하고 생각보다 마음이 괜찮아질지도 모릅니다. 그 경험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다른 선택을 해본 셈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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