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고생한 끝에 집에 돌아오면 배달 앱을 켜고 좋아하는 음식을 시켜 먹으며 “아, 행복하다”라고 말하는 순간. 여행지에서 사진을 찍으며 “이게 사는 맛이지”라고 느끼는 순간.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기분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다음 날이면 다시 공허함이 밀려오죠. 그때마다 저는 ‘행복이 왜 이렇게 짧지?’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다른 걸 착각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습니다.
그동안 저는 즐거우면 행복한 줄 알았습니다. 소비하고, 인정받고, 맛있는 걸 먹고, 성과를 내면 그게 곧 행복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그 감정은 대부분 ‘쾌락’에 가까웠습니다. 순간적으로 확 올라왔다가 금세 사라지는 감정. 마치 파도가 밀려왔다가 다시 빠져나가듯 잡으려 하면 할수록 더 멀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쾌락이라는 단어 뜻은 좋은 의미라기보다 나쁜 의미로 많이 사용되지만 쾌락은 나쁜 게 아니라 그저 짧은 감정일 뿐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그것을 붙잡으려고 할 때 생깁니다. 계속 유지하려 하고, 반복하려 하고, 강도를 높이려 하다 보면 어느새 더 큰 자극을 찾아 헤매게 됩니다. 조금만 더 즐기면 진짜 행복해질 거야라고 믿으면서요. 저 역시 더 좋은 결과, 더 큰 인정, 더 자극적인 즐거움이 오면 마음이 채워질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인생에서 가장 깊은 행복을 느꼈던 순간들을 떠올려 보니 이상하게도 그 안에는 항상 고통이 함께 있었습니다. 오래 준비한 일을 마치고 난 뒤의 뿌듯함, 힘들게 운동을 이어가다 몸이 변하는 걸 느꼈던 순간, 글을 쓰며 수없이 지우고 고치던 시간들. 그 과정은 결코 편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 시간들이 제 삶을 단단하게 만들었고 그 위에서 느낀 감정은 단순한 즐거움과는 분명히 달랐습니다. 더 깊고, 더 오래 남았습니다.
우리는 행복해지려면 고통을 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쩌면 그 반대일지도 모릅니다. 고통을 통과하지 않고는 닿을 수 없는 감정이 바로 행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쾌락은 노력 없이도 얻을 수 있지만 행복은 시간을 들이고, 인내하고, 때로는 눈물을 흘린 뒤에야 찾아옵니다. 그래서 더 값지고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게 아닐까요.
요즘 스스로에게 자주 묻습니다. “지금 내가 쫓고 있는 건 쾌락일까, 행복일까?”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선택이 달라집니다. 당장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선택 대신 나를 조금 더 성장하게 만드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물론 여전히 흔들립니다. 여전히 달콤한 유혹 앞에서 마음이 기웁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는 구분하려 노력합니다. 이 감정이 잠깐 스쳐갈 파도인지 아니면 내 삶을 채워갈 물결인지.
아마 많은 분들이 저와 비슷할 겁니다. 우리는 바쁘게 살아가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진짜 행복을 원합니다. 그런데 그 방법을 잘못짚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더 많이 소비하면, 더 많이 즐기면, 더 많이 인정받으면 행복해질 거라는 믿음 말입니다. 이제는 조금 방향을 바꿔보고 싶습니다. 불편함을 견디는 시간, 성장을 위한 노력, 감사하려는 태도 속에서 행복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쾌락은 삶의 양념일 수 있지만 주식이 되면 금세 허기가 집니다. 저는 이제 배부른 삶을 살고 싶습니다. 순간의 자극이 아니라 오래 남는 의미로 채워진 삶. 오늘 하루, 나 자신에게 조용히 물어보면 어떨까요. “나는 지금 무엇을 쫓고 있는가?” 그 질문이 우리를 조금 더 깊은 행복으로 이끌어 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