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행복이라 부르는 것의 대부분은 사실 쾌락입니다

by 오동근

하루 종일 고생한 끝에 집에 돌아오면 배달 앱을 켜고 좋아하는 음식을 시켜 먹으며 “아, 행복하다”라고 말하는 순간. 여행지에서 사진을 찍으며 “이게 사는 맛이지”라고 느끼는 순간.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기분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다음 날이면 다시 공허함이 밀려오죠. 그때마다 저는 ‘행복이 왜 이렇게 짧지?’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다른 걸 착각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습니다.


그동안 저는 즐거우면 행복한 줄 알았습니다. 소비하고, 인정받고, 맛있는 걸 먹고, 성과를 내면 그게 곧 행복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그 감정은 대부분 ‘쾌락’에 가까웠습니다. 순간적으로 확 올라왔다가 금세 사라지는 감정. 마치 파도가 밀려왔다가 다시 빠져나가듯 잡으려 하면 할수록 더 멀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쾌락이라는 단어 뜻은 좋은 의미라기보다 나쁜 의미로 많이 사용되지만 쾌락은 나쁜 게 아니라 그저 짧은 감정일 뿐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그것을 붙잡으려고 할 때 생깁니다. 계속 유지하려 하고, 반복하려 하고, 강도를 높이려 하다 보면 어느새 더 큰 자극을 찾아 헤매게 됩니다. 조금만 더 즐기면 진짜 행복해질 거야라고 믿으면서요. 저 역시 더 좋은 결과, 더 큰 인정, 더 자극적인 즐거움이 오면 마음이 채워질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인생에서 가장 깊은 행복을 느꼈던 순간들을 떠올려 보니 이상하게도 그 안에는 항상 고통이 함께 있었습니다. 오래 준비한 일을 마치고 난 뒤의 뿌듯함, 힘들게 운동을 이어가다 몸이 변하는 걸 느꼈던 순간, 글을 쓰며 수없이 지우고 고치던 시간들. 그 과정은 결코 편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 시간들이 제 삶을 단단하게 만들었고 그 위에서 느낀 감정은 단순한 즐거움과는 분명히 달랐습니다. 더 깊고, 더 오래 남았습니다.


우리는 행복해지려면 고통을 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쩌면 그 반대일지도 모릅니다. 고통을 통과하지 않고는 닿을 수 없는 감정이 바로 행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쾌락은 노력 없이도 얻을 수 있지만 행복은 시간을 들이고, 인내하고, 때로는 눈물을 흘린 뒤에야 찾아옵니다. 그래서 더 값지고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게 아닐까요.


요즘 스스로에게 자주 묻습니다. “지금 내가 쫓고 있는 건 쾌락일까, 행복일까?”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선택이 달라집니다. 당장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선택 대신 나를 조금 더 성장하게 만드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물론 여전히 흔들립니다. 여전히 달콤한 유혹 앞에서 마음이 기웁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는 구분하려 노력합니다. 이 감정이 잠깐 스쳐갈 파도인지 아니면 내 삶을 채워갈 물결인지.


아마 많은 분들이 저와 비슷할 겁니다. 우리는 바쁘게 살아가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진짜 행복을 원합니다. 그런데 그 방법을 잘못짚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더 많이 소비하면, 더 많이 즐기면, 더 많이 인정받으면 행복해질 거라는 믿음 말입니다. 이제는 조금 방향을 바꿔보고 싶습니다. 불편함을 견디는 시간, 성장을 위한 노력, 감사하려는 태도 속에서 행복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쾌락은 삶의 양념일 수 있지만 주식이 되면 금세 허기가 집니다. 저는 이제 배부른 삶을 살고 싶습니다. 순간의 자극이 아니라 오래 남는 의미로 채워진 삶. 오늘 하루, 나 자신에게 조용히 물어보면 어떨까요. “나는 지금 무엇을 쫓고 있는가?” 그 질문이 우리를 조금 더 깊은 행복으로 이끌어 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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