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읽고 있는 책에서 인간은 환경에 따라 번식이 조절된다는 내용을 접했습니다. 풍요롭다고 느끼면 번식이 활발해지고 어려운 시기라고 느끼면 자연스럽게 줄어든다는 이야기였죠. 우리는 물질적으로는 과거보다 훨씬 풍족해졌는데 왜 본능은 여전히 불안을 말하고 있을까. 그 질문이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너무 쉽게 정답을 받아들이며 살아갑니다. 좋은 대학, 안정적인 직장, 남들보다 빠른 성공. 저 역시 그런 길을 의심 없이 따라가려 했던 적이 있습니다. 남들이 말하는 방향이 곧 안전한 길이라고 믿었으니까요. 하지만 어느 순간 그 길을 걷고 있으면서 공허했습니다. 내가 선택한 게 맞는지 아니면 그저 떠밀려가고 있는 건지 헷갈렸습니다.
철학이 탄생한 순간은 믿음에서 생각으로 넘어간 때라고 합니다. 신이 아니라 물이 세상의 근원일지도 모른다고 상상했던 그 한 번의 의심. 저는 그 대목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중요한 건 물이 맞았느냐가 아니라 질문을 던졌다는 사실이니까요.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그런 질문이 아닐까요. “정말 이 길이 나에게 맞는 걸까?” 하고 스스로에게 묻는 용기 말입니다.
저는 가끔 이런 상상을 합니다. 만약 세상에 취업이라는 제도가 없다면 나는 무엇으로 돈을 벌까. 그 질문을 진지하게 해 보면 생각보다 많은 가능성이 떠오릅니다. 글을 쓰는 일, 사람을 돕는 일,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 지금은 안정이라는 이름 아래 잠들어 있는 선택지들이 슬며시 고개를 듭니다. 많은 분들이 창업은 특별한 사람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스스로 책임지는 사고방식에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요.
독서는 제게 그런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책을 읽다 보면 문장 하나가 마음을 세게 건드립니다. 그럴 때 저는 일부러 책을 덮고 생각해 봅니다. ‘왜 나는 이 문장에서 멈췄을까?’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조금씩 제 생각이 단단해졌습니다. 남의 말에 쉽게 휘둘리던 제가 이제는 한 번 더 되묻게 되었으니까요.
우리는 흔히 긍정을 ‘무조건 믿는 것’으로 착각합니다. 하지만 진짜 긍정은 생각을 거친 뒤에도 여전히 선택하는 태도라고 느낍니다. 맹목이 아니라 성찰 위에 세워진 믿음. 그게 있어야 흔들려도 다시 중심을 찾을 수 있습니다.
결국 삶은 정답을 찾는 게임이 아니라 나만의 질문을 만들어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변해도 내가 왜 이 길을 걷는지 알고 있다면 쉽게 무너지지 않겠죠. 오늘도 책을 덮으며 다짐합니다. 믿기 전에 생각하자고 그리고 생각 끝에 선택한 나의 길이라면 그 길을 담담히 걸어가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