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한가운데서 기회를 발견하는 법

by 오동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조급해지고 ‘혹시 나만 뒤처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밀려오는 날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속에서는 작은 경보음이 울리는 순간. 저는 요즘 그 감정을 자주 마주합니다. “위기가 곧 기회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실 이 말은 너무 많이 들어서 오히려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날은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어쩌면 제 상황과 맞닿아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한동안 ‘안정’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믿고 살았습니다. 변수가 적은 삶, 큰 파도 없는 일상, 예측 가능한 미래. 그 안에 있으면 안전할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돌이켜보니 제 인생의 전환점은 늘 안정과는 거리가 먼 순간에 찾아왔습니다.


첫 직장을 그만둘 때도 그랬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을 때도 그랬습니다. 그때마다 제 감정은 두려움이 먼저였고 확신은 나중이었습니다. 그 순간에는 ‘기회’라는 단어보다 ‘위험’이라는 단어가 훨씬 크게 보였습니다. 우리는 위기를 ‘망했다’의 다른 표현처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건 절반만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안정적인 상황에서는 우리는 변화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괜찮은 월급, 무난한 평가, 익숙한 루틴이 이어질 때 저는 굳이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죠. 변하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화가 닥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자리 이동, 평가 하락, 미래에 대한 불안 같은 것들이 찾아오면 그제야 저는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이대로 괜찮은가?” 그 질문이 저를 움직이게 했습니다.


위기에 처하면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말합니다. 위기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건 아프지 않다는 뜻이 아닙니다. 두렵지 않다는 뜻도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위기의 순간에 더 예민해지고, 잠도 잘 못 자고, 사소한 말에도 상처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건 그 감정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였습니다. 술로 흘려보낼 것인지, 누군가를 원망할 것인지 아니면 조용히 책을 펼치고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갈 것인지. 사소해 보이지만 그 선택이 방향을 갈랐습니다.


저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대충 먹고, 대충 자고, 제 자신을 함부로 대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상태에서는 좋은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몸이 무너지면 마음도 쉽게 무너졌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불안할수록 더 단단하게 살기로 했습니다.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영양을 챙기고, 하루 한 문장이라도 긍정적인 문장을 적었습니다. 기적 같은 변화가 일어난 건 아니지만 적어도 스스로를 포기하지는 않게 됐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는 건 거창한 성공을 의미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이 상황에서도 나는 나를 버리지 않겠다”는 태도에 더 가까운 것 아닐까요.


돌이켜보면 제 삶의 굵직한 변화는 늘 어떤 압박과 함께 왔습니다. 그때는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오냐고 불평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 사건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위기는 분명 위험합니다. 삶을 흔들고, 자존감을 건드리고, 계획을 무너뜨립니다. 하지만 동시에 질문을 던집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건데?” 그 질문에 답하려는 과정이 결국 우리를 한 단계 앞으로 밀어주는 것 같습니다.


혹시 지금 불안한 시간을 지나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너무 빨리 결론 내리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지금은 위험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계기가 되는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요즘 위기가 오면 이렇게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도망치지 말자. 이번엔 제대로 마주해 보자.” 그렇게 한 걸음씩 가다 보면 어느 순간 뒤돌아보며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때가 바로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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