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퇴근 후 습관처럼 소파에 누워 영상을 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피곤하니까, 머리 쓰기 싫으니까,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영상을 몇 개 넘기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지금 쉬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냥 흘려보내고 있는 걸까?”
그 질문이 시작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의지’라는 말을 들으면 독하게 버티는 힘, 성공을 향한 집념, 남들보다 앞서려는 야망을 떠올립니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까지는 못 해”라며 스스로를 내려놓습니다. 반대로 어떤 사람은 욕망을 줄여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을 떠올립니다. “그럼 그냥 가만히 있으라는 거야?”라고 묻습니다.
하지만 제 일상에서 발견한 의지는 훨씬 소박했습니다. 예를 들어, 퇴근 후 10분이라도 책을 펼쳐보는 선택. 헬스장 등록은 부담스러워도 동네 한 바퀴를 걷는 선택.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영어 단어를 몇 개 적어보는 행동. 남이 보면 별거 아닐 수 있지만 그 순간만큼은 ‘내가 나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자꾸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 배워서 뭐 해.”, “지금 시작하기엔 늦었지.”
저 역시 새로운 걸 배우고 싶다가도 괜히 주변 눈치가 보였습니다. 괜히 튀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괜히 무리하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건 제 생각이 아니라 ‘이 나이에는 이 정도면 됐다’는 사회의 문장을 제가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이었습니다.
성장은 반드시 결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격증을 따야 하고, 돈을 벌어야 하고, 남들이 알아줘야 한다고요. 하지만 성장이라는 건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조금 더 살아 있다는 느낌을 갖는 것 아닐까요.
저는 요즘 ‘의지’를 빈 공간에 비유합니다. 컵이 비어 있어야 물을 담을 수 있듯이 내 마음에도 여백이 있어야 새로운 선택이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나는 이런 사람이야”, “나는 여기까지야”라는 말로 가득 채워두면 다른 가능성은 들어올 틈이 없습니다.
혹시 “이게 다인가?”라는 생각이 드신다면 그 감정이 사치스러운 게 아닙니다. 오히려 내 안의 의지가 보내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더 많이 가지라는 뜻이 아니라 더 나답게 살고 싶다는 신호일지도요.
저는 여전히 완벽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게으르고, 여전히 핑계를 대고, 여전히 불안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남들 기준에 맞춰 쪼그라들고 싶지는 않다는 것. 조금 느리더라도, 조금 서툴더라도, 제 방향으로 확장해보고 싶다는 것.
오늘 하루, 거창한 결심은 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대신 이런 질문 하나만 스스로에게 던져보면 어떨까요.
“이 선택은 정말 내 의지일까?”
그 질문을 멈추지 않는 한 우리는 아직 줄어들지 않은 사람이라고 저는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