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최근까지도 무언가를 시작하려다가도 괜히 멈칫했고, 더 배우고 싶다가도 ‘굳이?’라는 생각이 먼저 올라왔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저도 모르게 제 삶의 한 게 선을 좁히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래전에 읽었던 『사피엔스』를 다시 펼쳤습니다. 예전에 읽을 땐 그냥 흥미로운 역사책 정도로 느껴졌던 문장이 이번에는 전혀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제국은 영토의 크기나 정부 형태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다양성과 국경의 탄력성’으로 정의된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제국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권력, 침략, 야망 같은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솔직히 그 개념을 개인에게 적용하는 건 조금 거부감이 있었지만 다시 읽으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국경이 탄력적이라는 건 스스로를 가두지 않는다는 의미 아닐까요.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이 나이에 뭘 새로 시작해.”, “이 정도면 됐지.” 이 말들이 사실은 내가 그어놓은 비탄력적인 국경선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사회는 우리에게 어느 나이가 되면 안정해야 하고 어느 시점이 되면 물러나야 하며 어느 정도면 만족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게 정말 자연스러운 흐름일까요? 저는 오히려 반대라고 느꼈습니다. 생명은 확장하려는 힘을 갖고 태어났고 배움과 도전은 나이와 상관없이 이어지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닐까 하고요.
저 역시 한동안 제 삶을 너무 단정 지어버렸던 것 같습니다. “나는 이 분야 사람이고, 여기까지가 내 영역이야.”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 경계는 누가 정한 걸까요? 남이 그어준 선을 그대로 받아들인 건 아닐까요?
기업은 계속 확장하고, 국가는 영향력을 넓히고,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정작 개인은 스스로를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우리는 조직의 부품처럼 일하다가 일정 시점이 지나면 조용히 퇴장해야 하는 존재일까요? 저는 이제 그 질문에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 않으려 합니다.
정현종 시인의 “사람이 온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이다”라는 구절처럼 한 사람은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가능성을 모두 안고 옵니다. 그렇다면 나 자신 역시 하나의 거대한 가능성 덩어리 아닐까요. 아직 펼쳐지지 않은 미래를 품은 하나의 ‘제국’처럼요.
우리는 가끔 겸손과 위축을 혼동합니다. 욕심부리지 않는 것과 스스로를 작게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데도 말입니다. 확장하려는 마음을 가지면 괜히 과해 보일까 봐, 주변 시선을 의식해 조용히 줄어들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려 합니다. 확장은 누군가를 밀어내는 행위가 아니라 나의 가능성을 넓히는 일이라는 것을요. 더 배우고, 더 시도하고, 더 질문하는 것. 그게 곧 내 삶의 국경을 유연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지금, 스스로를 작게 만들고 계시진 않나요? “나는 원래 이 정도야.”라는 말 뒤에 숨어 있진 않으신가요?
저는 앞으로도 제 삶의 국경선을 조금씩 넓혀보려 합니다. 거창한 야망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나아가려는 힘을 믿어보려고요. 우리는 이미 충분히 가능성을 품고 태어난 존재니까요. 어쩌면 지금 필요한 건 대단한 전략이 아니라, 단 하나의 결심일지도 모릅니다. 쪼그라들지 않겠다고. 나는 하나의 제국이라고 믿어보겠다고.